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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 미녀와 야수 그리고 아이 "주목받지 않고는 못배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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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 미녀와 야수 그리고 아이 "주목받지 않고는 못배겨"

입력
2001.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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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 프로그램의 상식 문제로 자주 등장하는 광고의 '3B주의'는 소비자의 감성을 쉽게 자극할 수 있는 소재로 자주 이용돼 왔다.baby(아이)와 beauty(미인), beast(동물)의 공통된 첫글자를 딴 3B주의는 인간성이나 애정에 호소할 필요가 있는 상품을 광고하는 데 효과적인 전략이다. '

광고대사전'(나남출판사)에 따르면 동양권 소비자들은 3B 중에서도 어린아이를 소재로 한 광고에 특히 끌린다.

반면 서구 여러 나라에서는 동물에 대한 선호도가 높고, 어린아이 소재에 대한 관심은 가장 낮은 편이다.

고전적인 기법이긴 하지만 21세기 광고에서도 3B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만큼 소비자에게 호감을 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창조를 위한 형식 파괴가 광고의 영원한 과제라지만, 한편으론 전통을 존중하는 광고기법도 영원한 듯 싶다. 시대가 변해도 진리는 통한다고 한다면 거창한 표현일까.

대홍기획의 서양희 차장은 "3B는 인간이 본능적으로 주목하기 쉬운 소재"라면서 "제품 특징과 3B를 연결시킨 광고들은 소비자의 호감을 기대할 수 있고, 주목효과를 높이면서 동시에 좋은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기한 한글나라'의 새 CF에서는 30개월 난 여자아이가 출연했다. 유아를 대상으로 한 학습지 광고인 만큼 어린아이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아이의 대사를 그대로 광고 메시지로 활용한 부분이 독특하다.

"봄에 피는 하얀 목련은"이라는 문구를 읽던 아이는 잠시 생각하고 나서 "팝콘"이라고 말을 잇는다. '목련'이라는 단어를 접하자 '팝콘'을 떠올린 것이다.

다음으로 "가시가 있는 선인장은"이라는 문구에 "아빠 수염"이라며 상상력을 발휘한다. 이 순진한 연상은 실제 '신기한 한글나라' 수업에서 나온 내용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어느 정도 자란 아이라면 모르겠지만, 말 못하는 갓난아이를 모델로 기용하는 것은 수월치 않다.

아기들은 연기(演技)가 불가능한 탓에 분유나 유아용품 광고를 제외하곤 주인공으로 나서는 일이 드물다.

이런 까닭에 16개월짜리 여자아이를 광고모델로 등장시킨 LG화학의 '조은세상' 장판 광고도 눈여겨 볼 만하다.

자라서 컴퓨터를 갖고 놀게 될 딸을 위해 전자파를 차단하는 은을 입힌 장판을 깔았다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린다.

늘 컴퓨터를 갖고 노는 10대의 딸보다 호기심으로 컴퓨터를 만져보는 아기가 더욱 전자파에 위험할 것 같다. 동양인들이 가장 선호한다는 갓난아기를 등장시켜 소비자의 보호 본능을 자극한 것이다.

동물은 자연에 속한 것이어서 꾸미지 않았다는 인식을 주게 된다. 현대증권의 CF는 산 속의 노루 두 마리를 등장시켰다.

꽝꽝 얼어붙은 겨울 호수를 도끼로 내려치는 소리에 귀를 쫑긋 세운 어미 노루와 새끼 노루. 한 노인이 입김을 불면서 얼음에 구멍을 뚫자 물이 솟아오른다.

노인이 떠난 뒤 노루들은 얼음 구멍의 물로 목을 축인다는 게 광고 내용.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동물'을 앞세워 'You first'라는 현대증권의 고객 존중 정신을 전달하려고 했다.

011 TTL의 새 CF에도 동물이 나온다. 드럼을 치는 미소년을 향해 뛰어오는 개구리떼가 그것. 초록빛 개구리들은 '무선통신'이라는 첨단기술과는 별 관계가 없는 듯 싶지만, 바닥에 깔린 흑백의 신문지에 대비되는 선명한 초록색이 돋보인 '색깔 광고'다.

최근 들어 냉장고 광고는 미인 모델을 경쟁적으로 기용하는 추세다. 냉장고는 주로 기능을 알리는 데 중점을 두는 '설명형' 광고가 많았지만, 양문여닫이형 냉장고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젊은 미인모델이 등장해 감수성을 자극하는 광고가 잇따라 등장했다.

'작은 집에서 살더라도 덩치가 큰 양문형 냉장고를 써야 한다는' 신혼 부부들이 늘어난 까닭이다. LG전자의 디오스 냉장고가 탤런트 심은하를 모델로 한 CF를 잇따라 선보이자, 삼성의 지펠 냉장고도 최근 탤런트 이영애를 광고 모델로 삼은 광고를 내놓았다.

남편이 손수 밝힌 촛불 2,000개로 장식된 집안을 바라보면서 젊은 아내는 촛불만큼이나 환하게 미소짓는다.

젊고 아름다운 모델을 출연시킨 것은 신혼 아내들의 '모델을 닮고 싶은 여성들의 바램'을 겨냥한 고전적인 전략이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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