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보험 재정 정상화 방안이 나오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일선 병원과 약국들의 보험급여 부당청구 실태가 드러났다.보험급여 청구에 약간의 부정이 있다는 것은 그간 확인되지 않은 소문으로 나돌았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은 극소수 의사와 약사들이 양심의 가책을 무릅쓰고 일시적으로 좀 많이 청구하는 정도로 알았다.
그러나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그 수법이 너무 악질적이고 기업적인 데 충격을 금할 수 없다. 경북의 한 신경과 의원은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유령병원을 설립, 실제 진료활동을 한 것처럼 꾸며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1년반 동안 무려 8억원의 급여를 타먹었다.
서울의 한 내과는 지난해 6개월동안 진료했다고 청구한 외래환자의 반이 넘는 4,900여명이 가짜 환자였다.
한번 진료를 받은 환자의 이름을 이중 삼중으로 이용하거나, 심지어 사망한 사람이 계속 진료를 받은 것으로 꾸며진 경우도 있었다.
이렇게 새나간 돈이 연간 6,000억원이 넘는다는 것이 당국의 추산이다. 다른 유형의 부당청구 사례들을 다 합치면 1조원에 육박한다는 추계도 있다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진료급여와 약제급여 삭감률이 99년 1.38%에서 지난해는 0.7%대로 떨어지는 등, 부정과 불법에 대처하는 시스템이 느슨해졌기 때문이다.
급여청구를 철저하게 심사하고 평가하는 미국의 경우 급여 삭감률이 10%를 넘어 속일 마음을 먹지 못한다 한다.
삭감률이 이토록 낮은 것은 의약분업 이후 엄청나게 늘어난 급여신청을 일일이 심사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지금의 인력과 시스템으로는 실사를 당할 확률이 동네 의원급은 200년에 한번, 병원급은 100여년 만에 한번 꼴이라 한다. 마음 놓고 진료비와 진료일수를 부풀리고 유령환자를 만들어도 적발될 위험성이 거의 없는 셈이다.
그래서 따로 비용을 들여 전문 대행업체에 보험급여 청구업무를 위탁하는 병원과 약국이 늘어나고 있다.
해당 업무 경력자나 심사평가원 출신자 등이 추축이 된 대행업체에 업무를 맡기는 병원과 약국이 70~80%나 된다.
김원길 복지부장관은 부당 청구 병ㆍ의원의 폐업조치까지 언급했다. 단속과 체제정비도 필요하지만 의약업계의 협조없이 이 문제는 풀 수 없다.
의보 재정이 무너지면 의사 도 약사도 존립기반도 없어진다. 직업윤리와 국민에 대한 도리에 앞서 자신의 생존을 위해 의약계는 철저한 자율규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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