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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국방 폭탄발언 '시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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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국방 폭탄발언 '시끌'

입력
2001.03.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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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병제에서 미국과 비슷한 형태의 모병제로 병력 수급체계를 바꾸겠다."취임한 지 몇 시간도 채 되지 않아 터져나온 세르게이 이바노프 신임 러시아 국방부 장관의 폭탄발언으로 러시아 군부가 벌집 쑤신 듯 시끄럽다.

러시아 사회를 점진적 민간 주도형으로 전환시키겠다는 명분의 일환으로 군부를 소수 정예화하겠다는 게 '징병제 폐지' 의 대의(大義)이지만, 병력 감축을 쉽사리 감행할 수 없을 만큼 러시아 군 조직이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현실론 때문이다.

1945년 이후 나치즘에 맞서 승리했다는 구 소련의 자부심의 기저에는 150여년 동안 고수해 온 징병제에 대한 향수가 뿌리깊어 징병제 폐지에 군부가 느끼는 심정적 거부감도 적지 않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자신의 2인자를 국방부 장관에 발탁시킨 데에는 2003년까지 병력을 지금의 3분의 2수준인 85만 명으로 낮추되, 국방 예산은 앞으로 10년간 오히려 늘려 군인의 생활수준과 무기 현대화를 제고하겠다는 군 개혁의 의지가 강력히 내포돼 있다.

전체 국가예산의 20%에 달하는 80억 달러(2001년)가 매년 국방비로 지출되지만, 전투 병력 훈련이나 새로운 전략수립 등 핵심사업에 투입되는 예산은 30%도 안 되는 왜곡된 구조도 개혁의 필요성을 부각시켰다.

그러나 러시아 장성들의 생각은 다르다. 군 전력에 치명적 공백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육군, 해군, 공군 외에 전략로켓군 등 다양한 군 조직 체계가 인력부족으로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게 이들의 비판이다.

원유 가격이 급등해 경제가 다소 나아졌지만, 장기적으로 군 예산을 증액하겠다는 발상 역시 러시아 재정 여건상 납득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일부에서는 징병제 폐지를 2004년 대선을 의식한 푸틴 대통령의 정치적 계산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러시아 어머니회의 조사에 따르면 비(非) 전투상황에서 매년 3,000명 이상의 징집병이 사망하고 이중 3분의 1은 폭행 등 가혹행위를 견디다 못해 자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러시아 국민의 84%가 징병제에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으며, 가장 부패한 집단 중 하나로 군부를 꼽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때문에 푸틴으로서는 군 개혁을 강력하게 실시할 경우 일거 양득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 다만 강력하게 반발할 것이 뻔한 군부를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과제가 될 것이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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