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경기 침체에 환율이 마구 뛰어올라 물가불안 우려가 더욱 높아졌다. 상반기 예상 성장률은 3%대. 그러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동기 대비 4%대를 웃돈다. 경기침체와 인플레가 맞물리는 '스태그플레이션' 징후마저 엿보인다.▲ 물가 왜 뛰나
공공요금과 농축수산물이 물가인상을 선도하고 있다. 상수도료 10.3%, 하수도료 15.6%, 국공립대 납입금 6.6% 등 공공요금이 줄줄이 인상됐고, 덩달아 사립대등록금(7.1%)도 인상됐다.
농축수산물중에선 밀감이 39.4% 오른 것을 비롯, 광우병ㆍ구제역파동으로 닭고기값이 16.1%, 화이트데이 선물특수(特需)로 생화가 6.9%나 올랐다.
체감물가 상승률은 훨씬 가파르다. 전ㆍ월세료가 살인적으로 급등했지만, 지표에는 고작 전세 0.4%, 월세는 0.1%만 반영됐기 때문이다.
재경부 당국자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22달러로 안정되어 있고 다른 공공요금인상요인도 없는 만큼 4월부터는 안정세로 돌아설 것"이라며 "대부분 공급쪽 요인인 만큼 수요로 인한 인플레우려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급등하는 환율 때문에 물가의 앞날은 아주 어둡다.
▲ 물가 부추기는 환율
며칠간 잠잠하던 환율이 29, 30일 다시 급등세로 돌아섰다. 30일 서울외환시장에선 엔ㆍ달러 환율이 124엔대까지 치솟은데 따라 원ㆍ달러환율도 오전 한때 심리적 저지선인 1,330원을 돌파하는 위태한 행보를 거듭했다.
외환딜러들은 엔ㆍ달러 환율이 125엔을 돌파하는 것을 기정사실화하며 원ㆍ달러 환율도 최소 1,350원, 최대 1,400원까지 관측하고 있다.
문제는 원화 약세(환율상승)가 단지 '엔저(低)' 영향만은 아니라는 점. 현대사태 등 국내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하면서 역외선물환(NDF) 시장을 중심으로 투기세력들이 가세하고 있다.
수출결제대금 유입으로 '달러공급초과' 상태가 형성되는 월말에 환율이 이례적으로 급등한 것도 바로 이런 투기적 매수세력의 활동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는 달러선호심리 추세에 비춰볼 때 원ㆍ달러환율의 상승은 좀처럼 멈추지 않을 전망이며 그만큼 물가부담도 가중될 수 밖에 없다. 원ㆍ달러 환율이 10% 상승하면 그것만으로도 소비자물가가 1.5%포인트 인상된다.
▲ 경기대응수단의 제약
물가불안이 확인됨에 따라 내달 6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가 콜금리인하 조치를 취하지 않을 공산이 높아졌다. 29일 유럽중앙은행(ECB)이 예상을 깨고 단기정책금리를 동결한 것도 한국은행의 콜금리유지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물가부담 때문에 이래저래 경기조절수단의 선택폭은 자꾸 좁아지고, 경기회복도 그만큼 더뎌지고 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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