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와 민주당 김중권 대표가 30일 경남 산청 성철 스님 생가터에서 열린 '성철 대종사 생가복원 및 겁외사(시공을 초월한 절이란 뜻) 창건법회'에 참석, 불심잡기 경쟁에 나섰다.이날 진주로 가는 비행기에서 조우한 두 사람은 반갑게 인사를 나눴지만, 공항에 내리자마자 한나라당 지지자와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회창'과 '김중권'을 외치며 연호대결을 벌였다.
법회에서 이 총재는 "지금이야말로 성철 스님이 말씀하셨던 진리구현의 쇠말뚝이 절실히 요청되는 때"라고 말했고 김 대표는 "호국불교정신으로 남북통일과 경제위기 수습에 나서자"고 호소했다. 청와대 불교신자 모임 '청불회' 회장인 박준영 공보수석은 김대중 대통령의 축하메시지를 낭독했다.
이 총재와 김 대표는 법회가 끝난 후 사찰 내 선방인 '쌍검당'에서 '점심 공양'을 함께 하며 이날 갑자기 내린 폭설 등을 화제로 덕담을 나누었다. 오찬 도중 해남 대흥사 천운 조실이 이 총재에게 "김영삼 전 대통령은 금융실명제로, 김대중 대통령은 의약분업으로 '실(失) 민심(民心)'을 했는데, 대통령이 되거든 '득(得) 민심' 할 일만 하시라"고 말했다고 함종한(咸鍾漢) 한나라당 불자회장이 전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정대(正大) 스님의 '이 총재가 집권하면 정치보복이 난무한다'는 발언으로 어색했던 불교계와 이 총재 사이의 관계도 이날 법회로 누그러졌다.법회 전 선방에서 조계종 원로회의 성수(性壽) 스님이 "상생의 정치를 하라는 말이 잘못 전해졌다"고 하자 이 총재는 "제가 부족해서 생긴 일"이라고 받는 등 덕담이 이어졌다고 함 회장이 전했다
. 이 총재와 김 대표는 '점심 공양'이 끝난 후 각각 대구ㆍ경북의원 간담회와 대전시지부 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떠났다. 이 총재는 텃밭인 대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단단히 뭉치고 합쳐서 대통령과 여당이 무시하지 못하는 강한 야당이 되자"며 '강한 야당론'을 역설했다.
박천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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