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정(失政)은 했지만 폭정(暴政)은 하지 않았다."(김정남 전 대통령 교육문화사회수석) "YS가 수행한 대통령직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는 후대의 몫이다."(박관용 전 대통령 비서실장)김영삼 전 대통령과 문민정부의 업적과 과오를 냉정한 시각에서 묶은 책이 출간됐다. 함성득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가 펴낸 '김영삼 정부의 성공과 실패'는 이홍구 전 국무총리, 김정남ㆍ이원종ㆍ최양부 전 수석, 박관용ㆍ한승수ㆍ김광일 전 비서실장 등 과거 문민정부에서 YS를 보좌하며 국정을 책임졌던 요원들의 회고록이다. 물론 김 전 대통령의 글도 실렸다.
이들은 지난해 가을 고려대 행정학과에 개설된 '대통령학'강좌에 참여, 학생들에게 자신들의 업적과 과오를 낱낱이 밝혔다.
김 전 대통령도 고려대 학생들의 정문 출입 저지 등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10월 20일 강의를 했다. 책은 이들의 강의 내용과 질의 응답을 정리한, 국내 최초의 '대통령학 보고서'라 할 수 있다.
12편의 글에서 다뤄진 것은 안가 철거, 정치자금 안받기, 군 개혁, 금융실명제, 김현철 구속, 역사 바로 세우기 등 문민정부의 치적 홍보와 IMF 위기에 대한 책임 공방이다.
정치인 출신들은 '엄청난 돌파력'(김광일 전 비서실장) 등 김 전 대통령의 정치력을 추켜세웠고, 학자 출신들은 '개혁 추진력의 한계'(이홍구 전 총리)를 인정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궁금한 것은 외환위기에 대한 이들의 시각이다. 김광일 전 비서실장은 문민정부가 추진했던 노동법ㆍ금융개혁법 개정이 무산된 데 대한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두 법이 통과됐다면 외환위기는 오지 않았을 것이다. 기아자동차를 여야 정치권이 무리하게 두둔한 것도 외환위기의 큰 원인 중 하나였다."
김 전 대통령은 뭐라고 학생들에게 말했을까. "김대중씨가 그렇게 만든 겁니다. 내가 노동법을 개정하려고 했는데 김대중씨가 필사적으로 반대했습니다.
김대중씨는 또 기아 노조에 세 번을 가 연설을 했습니다. '내가 대통령이 되면 기아는 국민의 기업이기 때문에 반드시 살린다'고요.
무책임한 거짓말쟁이입니다."현직 대통령에 대한 전직 대통령의 신랄한 비판, 이 책의 매력이자 한계로 보인다.
김관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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