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때 한 출판사로부터 차범근 감독에 대한 책을 쓰자는 제의를 받은 일이 있다.당시 승승장구하며 국민적 인기를 누린 차 감독의 리더십을 경영적 측면에서 조망해 보자는 것이었다. 며칠 생각하다 두 가지 이유로 거절했다.
아직 월드컵 본선이 끝나지 않아 차 감독을 정확히 평가할 수 없는데다 차 감독의 리더십에 대해 확신이 서지 않았던 것이다.
며칠전 SBS의 신문선 해설위원이 '히딩크 리더십'이라는 책을 냈는데 그 기획이 97년 당시 그 출판사와 똑 같았다는 점을 새삼 느끼고 두 감독의 비슷한 점을 생각하게 됐다.
우선 얼마전 히딩크 감독의 리더십이 신문의 경제면에 소개되었다는 점이 97년 인기절정의 차범근 감독 경우와 같다. 두 감독 모두 월드컵 본선을 1년6개월여 남겨놓은 시점에서 국민적 관심속에 대표팀을 맡았고, 데뷔전 상대가 노르웨이였다는 사실도 같다.
당시 대표팀 운용에 노트북을 활용했던 차 감독이 삼성전자 광고모델로 거액을 받고 출연했던 것과 얼마전 히딩크 감독이 한 회사로부터 거액의 광고출연료를 제의받은 것도 같다. (광고를 제의한 기업이 모두 삼성계열 회사이다)
지난 1월 히딩크 감독의 국내축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다소 충고어린, 비판적인 기사를 썼다가 많은 독자들의 항의를 받은 적이 있다. "맡은지 얼마됐다고 (언론이) 벌써부터 흔드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축구대표팀 감독의 인기는 성적에 비례되는 것일 뿐 영속적인 것은 아니다.
만약 6월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히딩크 감독이 기대이하의 성적을 냈을 때 지금과 같은 인기를 누릴 수 있으며 팬들은 변함없는 신뢰를 보낼 수 있을까. 아닐 것이다.
히딩크 감독이 한국축구를 완전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충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직 한국축구에서는 검증이 안된 히딩크 감독에 대해 맹목적인 찬사를 보내기보다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객관적인 평가를 내리는 일이 중요하다.
충고는 불신이 아니라 신뢰관계에서 나온다. 반면 인기는 일시적인 것이며 맹신의 원인이다. 히딩크 감독에게 필요한 것은 묵묵한 신뢰이지 팬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인기와 상술이 아니다.
/유승근기자u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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