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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서 불꽃연기 유오성 / "실제 준석 만나러 교도소에도 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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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서 불꽃연기 유오성 / "실제 준석 만나러 교도소에도 갔죠"

입력
2001.03.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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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많이도 불려 다닌다. 시사회장에, 신문과 방송에. 그만큼 영화 '친구' (30일 개봉)도, 유오성(33)의 연기도 좋다는 이야기다.아마 같은 질문을 수없이 받았을 터이고, 비슷한 대답을 여러 번 반복했을 것이다. "연기보다 더 힘들고 짜증나지 않냐"고 물었다. 돌아오는 대답이 그를 다시 보게 했다. "영화의 후반 작업이라 생각한다."

2년 전이었다. '책상서랍 속의 동화' 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중국 거장 장이모감독.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인터뷰에 시달렸지만 성실하고 겸손했고, 사려가 깊었다. 그때 그가 한 말이 "인터뷰는 영화제작의 마지막 작업" 이었다.

그 말을 촬영만 끝나면 '나 몰라라' 하기 일쑤인 우리 배우에게서 다시 듣게 될 줄이야. 유오성은 촬영을 끝낸 배우가 "영화 보면 압니다" 고 말하는 것은 교만이거나 솔직하지 못한 태도라고 했다.

"작업에 충실했다면, 인터뷰에도 충실할 수 있다."

그만큼 유오성은 '친구' 에 충실했다. 기획단계부터 참가했고, 일찌감치 부산 사투리(그의 고향은 강원 영월)를 익히려 노력했고, 준석이란 인물을 탐구했다.

4개월 동안 부산에서 살았고, 고교시절을 위해 볼에 실리콘 주사도 맞았다. "내가 안 나오는 부분도 소중하다" 는 생각에 어린시절과 친구들의 모습을 찍을 때도 촬영현장을 지켰다.

어느날 감독(곽경택)의 친구인 현실 속의 준석을 만나러 그가 복역중인 교도소를 찾았다. 면회장에 나오는 작은 키에 딱 벌어진 어깨.

첫 인상을 유오성은 "마치 바위가 하나 들어오는 느낌" 이라고 했다. 감독이 "추억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 보겠다"고 말하자 그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나를 이용해 득이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대로 해라. 우린 친구 아이가."

그 순간 유오성은 '친구' 가 어떤 영화여야 하는지, 무엇을 이야기해야 하는지, 준석은 어떤 인물이어야 하는지 깨달았다.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는 것이 오래 두고 가까이 사귄 친구구나. 내가 '친구'의 의미를 새롭게 느끼듯, 나보다 못난 인간을 인간을 무시하는 경쟁사회에서 넉넉한 우리주변과 나에게 영향을 준 사람을 아름답게 추억하게 만들자."

유오성은 그것을 산과 강과 바다가 있고 왜색과 향토색이 혼재하며 투박한 사투리와 묘한 자신감이 배어있는 부산 정서와 외로움을 간직한 건달의 눈빛, "개안타, 우린 친구 아이가" 란 한마디 말로 표현해냈다.

모범생 상택(서태화)에게 여자를 양보할 때, 마약중독에 빠져 있을 때, 동수(장동건)와 마지막 단판을 할 때의 그의 깊고 불안하고 강하고 외로운 눈빛. 알 파치노나 로버트 데니로의 카리스마가 보였고, 작품 속에 살아있는 유오성이 보였다.

그러나 정작 그는 겸손하다. 누가 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라고. 캐릭터가 강한 영화지만 감독과 그의 친구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에 행간의 감정까지 알고 있는 감독이 디테일을 잘게 쪼개고, 조화시킨 덕분이라고. 단지 자신은 길을 잘 만나 마음껏 뛰었다고. "하고 싶어 하는 영화는 힘들지 않다."

이제 그에게는 주연이냐, 주연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장르 구분도 의미없다. '비트'가 처음으로 영화를 하는 재미를 주었다면, '친구'는 어떻게 영화를 해야 하는지 가르쳐 주었다.

리얼리즘과 휴머니즘이 살아있는 영화. 그것이라면 멜로도 다른 시각으로 접근 가능하다고 믿는다. 이런 믿음이 잘 생긴 남자 배우들보다 유오성의 존재를 더 강하게 느끼도록 만드는지도 모른다.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가능하면 기확단계에서부터 한배를 타고 싶다. '친구' 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은 진정한 연기는 진정한 애정과 믿음에서 나온다는 것이었다.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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