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인천국제공항이 개항됐다. 동북아의 중추공항으로서 2000년대 국제민간항공을 주도한다는 야심찬 꿈을 안고 1992년 11월 첫 삽을 뜬 뒤 8년반의 대 역사를 마감하고 문을 열었다.그야말로 온 국민이 경축해야 할 개항이지만 개항준비 단계에서 노출된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환영 열기 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많은 문제점과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동북아 중추공항으로서의 인천공항에 대한 비전은 우리의 희망일 수 있다.
항공운송사업은 자원을 사용하는 제조산업이나 국내 소비에 치중되는 서비스산업에 비하여 부가가치가 매우 높은 사업으로, 자원이 빈약한 우리나라로서는 세계 9위의 민간항공국이라는 경험을 바탕으로 21세기에도 국제적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분야이다.
중추공항은 특정 국가나 공항 당국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여객과 그 공항에 취항하는 항공사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경쟁공항에 비해 시설이나 운용, 서비스, 사용료, 배후 편의시설, 공항 접근성 등에서 우위에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항공사가 대륙중추공항을 한번 정하면 공항시설 등에 막대한 투자를 해야 하므로 다른 공항으로의 이전이 매우 어렵다.
이런 점에서 21세기 항공운송시장의 변화를 예측하고 동북아 중추공항을 겨냥한 인천국제공항 건설은 타당했다고 본다.
인천국제공항의 경쟁 상대는 일본의 간사이공항과 나리타공항, 중국의 푸동공항, 그리고 홍콩의 첵랍콕공항이다.
인천공항은 2~3시간 내 비행이 가능한 인구 100만명 이상 배후도시가 50여개나 되며, 중간 기착없이 미주 및 유럽노선을 운항할 수 있다.
또 1,700만평이라는 최대 규모의 공항부지를 확보해 세계 최대규모 공항건설이 가능하다. 동북아 중추공항이 되기 위한 환경적 여건은 충분히 갖추고 있는 셈이다.
반면 걸림돌로는 수하물처리 시스템의 부실, 접근로 부족, 배후시설 미비 등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지만 가장 심각한 것은 재원 부족에 확보 전망마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이는 당초 계획했던 외자 유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고 정부의 투자도 빈약했기 때문이다. 정부 투자는 건설비의 39%에 불과해 경쟁 공항인 홍콩의 첵랍콕공항 77%와 중국 푸동 공항 67%에 비해 훨씬 적다.
이대로 간다면 인천공항공사는 매년 4,410억원의 이자지불로 연간 2,867억원의 적자가 예상되고, 향후 7년간 적자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또 원리금 상환과 누적 이자 지불에 허덕이다 이자지급 불가능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이로 인해 2단계 사업에 필요한 7조2,000억의 재원 조달이 어려워져 결국은 중추 공항 경쟁에서 탈락하는 결과를 낳을지도 모른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는 파산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불러올 것이며, 그렇게 되면 그동안 투자한 7조원 이상의 투자비와 차입금의 이자까지 합쳐 10조원 가까운 천문학적인 액수가 모두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다.
아직 늦지는 않았다. 인천 공항은 중추공항으로 될 많은 가능성과 잠재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1조 7000억 정도를 추가 투자하여 정부의 투자 지분을 70%로 높여야 한다.
이를 통해 차입금 이자를 경감하고 원리금 상환 및 시설투자를 확대함으로써 수익률을 제고해야 할 것이다.
또 2단계 공사 재원을 연차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다수 외국 항공사 유치를 통해 장래의 투자 수익성이 가시화한다면 외국 자본가들에 대한 정부 지분 매각도 가능해질 것이다. 성공적 공항 건설과 자본 회수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게 되는 셈이다.
정부가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신속하게 이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실행에 옮기느냐에 따라 인천공항의 장래가 결정된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양한모·한국항공대 교수 항공교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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