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제현실 이해부족" NMD·EU 신속대응군등 현안 폭넓게 논의할듯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가 29일 워싱턴에서 첫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및 국제 현안을 폭 넓게 논의한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유럽연합(EU)의 대표격인 독일이 최근 각종 외교ㆍ안보 문제를 놓고 '독불장군'식으로 밀어부치고 있는 부시 행정부에 대해 어느 정도 제동을 걸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이번 회담에서는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국가미사일방어(NMD) 체제 문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위상 및 EU 신속 대응군 창설 문제, EU의 대 미국 바나나 수입금지 등 무역분쟁이 주로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뉴욕 타임스는 28일 부시 대통령은 과감한 주장을 하지 못했던 냉전시대의 독일이 아닌 확신에 찬 새로운 독일의 지도자를 만날 것이며, 슈뢰더 총리는 21세기 통합 유럽의 현실을 부시 대통령에게 설명할 것이고 전했다.
슈뢰더 총리의 외교ㆍ안보 수석 보좌관 미하일 슈타이너는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는 20세기의 유산에 얽매여 불완전한 주권을 가진 독일을 대했다"면서 "그러나 현 독일은 지난 세기의 유물이 아닌 21세기의 미래에 대해 논의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슈타이너의 이 같은 발언으로 미루어 슈뢰더 총리는 EU의 자체 군사력 보유와 전략적 세력으로의 발전, 러시아와의 화해, NMD 체제와 관련된 '깡패 국가들'의 위협론에 대한 실제적인 평가 등 독일과 EU의 속생각을 부시 대통령에게 분명히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독일은 부시 대통령을 비롯해 딕 체니 부통령,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부 장관 등 미국의 새로운 지도부가 새로운 유럽과 국제사회의 현실을 아직 이해하지 못한다고 보고있다.
독일은 NMD 체제에 대해 프랑스, 중국, 러시아와 달리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미국이 NMD 구축의 주요한 근거로 드는 '깡패 국가들'에 대해서는 입장을 달리한다. 독일은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와 북한을 명확히 구분, 함께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슈타이너 보좌관은 "과거의 적을 단지 소수의 깡패 국가들로 대체하는 것은 게으름의 전형"이라고 지적했다. 독일은 지난 주 EU 정상회담에서 외란 페르손 스웨덴 총리 등 EU 대표단의 5월 남북한 동시 방문을 강력하게 지지했다.
독일은 또 나토와 EU 신속대응군의 관계에 대해서도 상호 협력은 하되 EU의 독자적인 행동을 미국이 제약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를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과 EU가 세계 3대 경제 축인 만큼 무역분쟁과 환경문제 등을 원만하게 타결하는 것이 세계 경제에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양측의 입장차이에도 불구, 두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전통적인 동맹국으로서 상호협력을 다짐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으로서는 우방인 독일이 미국과 유럽,러시아간의 갈등을 조정하는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