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자형이냐, L자형이냐'를 놓고 지켜봤던 경기전망이 이젠 'U자형이냐, W자형이냐'로 바뀌고 있다.금년도 경제성장 전망이 5~6%에서 4%대로 하향조정되면서 상반기 회복을 전제로 했던 V자형(급속한 경기회복) 낙관론은 이미 물건너간 상태. 그렇다고 과잉부실과 재정적자 하에서 침체터널이 수년간 계속되는 일본식 장기불황, 즉 L자형(반등없는 불황지속)도 당장 현실화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남은 예상시나리오는 U자형과 W자형이다. U자형은 경기가 저점에 도달한 뒤 서서히 되살아나는 완만한 회복을 뜻하며, W자형은 일시적으로 반등하다 다시 곤두박질치는 '번지형' 경기를 의미한다.
작년 8월 정점을 친 뒤 수직에 가까운 추락을 거듭했던 경기는 일단 1월 바닥에 도달했으며, 2월이후 희미하게나마 해빙의 싹은 엿보이고 있다. 산업현장의 체감경기지표인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이미 100을 넘어섰고, 소비자 체감소비심리를 반영하는 소비자기대지수도 100에 육박하고 있다.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체감경기의 상승속도에는 못미치지만 실물경기에도 '춘풍(春風)'은 느껴진다.
경기선행지수가 16개월만에 플러스로 돌아섰고, 산업생산증가율(0.1%→8.6%)과 출하증가율(-2.0%→4.4%)도 크게 높아졌다. 반도체생산은 32.1%에 여전히 쾌조행진을 이어가고 있고, 부진의 늪에 빠져있던 자동차생산도 0.3%의 플러스로 돌아섰다.
그러나 생산의 상재적 호조는 아직 소비ㆍ투자로까지 확대되지는 않고 있다. 생산도 주력 4대 업종 가운데 반도체와 자동차를 뺀 사무회계용기계(컴퓨터)와 음향통신은 각각 마이너스 10.4%, 마이너스 11.7%의 부진에 빠져있다. 2월 산업생산증가율이 8.6%에 달했다고는 하나, 반도체를 제외하면 나머지 업종은 1.9%에 불과한 실정이다.
재경부 당국자는 "아직은 낙관할 단계가 아니다. 2~3개월 정도 추이를 봐야 본격적 회복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관건은 두가지다. 하나는 미국의 경(硬)착륙 변수이고, 다른 하나는 현대건설 문제다. 만약 두가지 모두 원만하게 풀린다면 국내경기는 하반기이후 본격 회복국면에 접어드는 U자형으로 갈 것이고, 만약 하나라도 잘못된다면 일시적 반등후 다시 고꾸라지는 W자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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