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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부즈맨칼럼] 신문은 신뢰를 먹고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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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부즈맨칼럼] 신문은 신뢰를 먹고 자란다

입력
2001.03.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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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국민의 신뢰도를 양분으로 자란다. 일어난 일을 기록할 뿐이지 일어나지도 않는 일을 예측하지는 않는다.이런 이유로 언론인은 점쟁이가 아니라 아마추어 역사가라고 한다. 예측은 점쟁이의 영역으로, 신뢰도와 관련되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새로운 장관을 예측하고 있는 26일자 1면 톱은 아슬아슬하다. 개각이 발표되기 직전인 26일자 1면 톱기사 제목은 '국정원장 교체, 임 원장 통일에'인 반면 27일자는 '국정원장에 신건씨'가 1면 톱 제목이다.

26일자와 27일자를 비교해 볼 때 개각인사에서 정확히 맞춘 사람은 4명, 맞추지 못한 사람은 5명이다. 그러나 직함까지 포함하면 정확도는 떨어진다.

1면 톱기사를 놓고 도박을 해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고 자평할 수 있다. 몇 시간 뒤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인데 왜 그렇게 집착할까. 이 같은 예측성공률로 독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까. 사소한 데 목숨거는 것은 아닐까.

이에 비해 장관과 청와대 수석의 프로필은 눈길을 끌만한 구석이 많다. 대부분의 신문이 14명의 새 장관이나 수석에 대해 찬사 일변도였다.

하지만 한국일보의 평가는 균형을 유지하려는 흔적이 엿보인다. 제목에서 '의원임대 자민련 간 경제통' '입담정평 오지랖 넓다 평가도'라는 식의 부정적인 평가는 프로필에서는 이례적이다.

지금까지 '취임 때는 찬사' '퇴임 때는 혹평'이 일반적인 공식이다. 둘 중 하나는 정확하지 못하다는 반증이다. 공인에 대한 평가는 냉정하고 객관성을 담보로 해야 한다.

공인의 일거수 일투족은 국가 이미지와 발전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공인에 대한 평가가 타당해야 독자의 신뢰를 받는다.

1992년 뉴욕타임스는 인상깊은 프로필 기사로 언론인들의 찬사를 받았다. 빌 클린턴 대통령의 취임 이후 클린턴이 만난 외국정상과의 인터뷰를 통해 외교스타일에 대한 평가를 한 것이다.

기자의 눈이 아닌 해외정상들의 입을 통해 한 인물을 재단하고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검증하려 한 것이다.

신문은 색깔이 있어야 한다. 좋은 색깔은 독자의 신뢰를 유혹하지만 색깔이 좋지 않으면 반대이다. 언론의 색깔을 드러내는 창구는 칼럼이나 사설이다.

27일자 사설은 개각에 대해 '국정쇄신 플러스 정권안정을 위한 인적충원'이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같은 날 종합면 기사는 '난국돌파 DJ사단 전진배치'라는 제목아래 '측근 정치인 구성 인재 풀 한계 드러내'라는 소제목이다. 이러한 모순된 평가 중 어느 쪽이 타당한지는 삼척동자도 안다.

신문 독자는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한 신문만을 구독하는 독자도 있지만 여러 신문을 보는 독자도 많다. 샐러리맨은 사무실에서 몇 개의 신문을 본다.

만일 다른 신문에서 며칠 전 본 기사를 별다른 내용의 차이가 없는 데도 소개한다면 독자는 어떻게 반응할까.

대표적인 기사가 26일자 'CEO몸값 박한 편'이라는 경제면 기사이다. 이 기사의 내용을 분석하면 이전에 타 신문에 보도된 기사에 새로 추가된 부분이 적다.

경제 독자의 대부분이 여러 신문을 보는 성향이 강하다. 이런 독자는 신문이 아니라 구문이라고 혹평할 것이다. 다른 기자, 신문도 도매금이 된다.

신문들은 외부전문가의 투자전략과 추천종목을 여전히 여과없이 게재하고 있다. 27일자 '오늘의 투자전략'도 알맹이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주식투자에는 도사가 없다. '제 앞길도 모른다'는 푸념이 투자전문가의 솔직한 자탄이다. 이 측면에서 외부 전문가의 알맹이 없는 투자전략을 제공하는 것은 독자신뢰도를 해칠 수 있다.

신문은 독자의 신뢰를 먹고 자란다. 독자는 기자가 쓴 기사를 보고 신문을 선택하지 경영진이나 건물을 보고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

허행량ㆍ세종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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