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건(高 建)시장에게 들리도록 최대한 크게 소리를 지릅시다. 함성 5초간 시작, 야.."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시청 부근 직장에 다니는 임모(27ㆍ여)씨는 요즘 두통약을 상습 복용하고 있다. 최근 시청앞 집회가 부쩍 늘어나고 집회 참가자들이 대형 확성기까지 크게 틀어놓아 업무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참다못한 임씨는 관할 남대문경찰서에 호소도 해 봤지만 경찰도 신고된 집회라 어쩔 수 없다는 답변 뿐이었다.
수도 서울의 심장부인 서울시청 일대가 각종 이익단체들의 '막가파식' 집회와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고 시장 집무실 맞은편 중구 태평로 60 서울시의회 앞 인도는 시위대에게는 '명당'으로 손꼽히고 있어 단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이곳을 선점하기 위한 각종 이익단체들의 '예약'(집회신고)이 이미 내달 16일까지 밀려있을 정도. 이번달만 해도 12일 개인택시 본면허 추진위의 시위를 비롯, 21,22,27일 집회가 열렸고 29,30일은 물론 내달 2,3,4,6,9,10,11,12,13,16일도 집회가 예정되어 있다.
문제는 이들의 시위가 다른 시민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 대형 스피커를 사용, 인근 빌딩 직장인에게도 피해를 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육두문자가 섞인 욕설을 튀어나올 때도 적지 않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22일 노인복지시설 위탁기관 선정과 관련된 집회는 한때 태평로 11차로를 완전 점거, 서울 도심 일대의 교통을 한때 마비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과 소음진동규제법에 따르면 신고된 집회는 아무리 소음이 심해도 규제할 수 없도록 돼 있어 시와 경찰도 속수무책이다.
시 관계자는 "헌법에 보장된 집회ㆍ시위의 자유도 좋지만 애꿎은 시민들만 괴롭히는 시위는 지양돼야 할 것"이라며 "과도한 확성기 사용은 생활소음으로 간주, 규제할 수 있도록 법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일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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