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의 묘미는 위기에 처했을 때 맛볼 수 있고 골퍼의 진가는 위기에서 빛을 발한다. 골퍼라면 누구나 다음 샷을 하기 좋은 장소에 볼을 보내기를 원한다.드라이버샷은 세컨드샷을 하기 좋은 곳에 떨어뜨리기를 원하고 어프로치샷은 그린 위에서도 퍼트하기 좋은 위치에 떨어지기를 원한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희망사항일뿐 결코 원하는대로 되는 일은 없다.
모든 샷을 뜻대로 날릴 수 있고 좋은 장소에 보낼 수 있다면 골프의 묘미는 사라지고 말 것이다. 골프의 특성상 항상 이상적인 좋은 샷을 날릴 수는 없다.
타이거 우즈 같은 대선수도 볼을 러프에 보내기도 하고 물에 빠뜨리기도 한다. 타이거 우즈가 위대한 것은 위기에 빠져서도 흔들리지 않고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한다는 점이다. 대가의 진가는 바로 위기극복으로 나타난다.
좋은 위치에서 좋은 샷을 날려 좋은 스코어를 얻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지만 위기에 빠졌다가 성공적으로 탈출해 소기의 성적을 올린다면 그보다 짜릿한 쾌감은 없다. 짧은 퍼팅보다 긴 퍼팅이 들어갈 때 기쁨이 배가되듯 나쁜 조건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이보다 더한 즐거움이 없다.
위기를 겁낼 필요가 없다. 좋은 자리에 볼이 떨어지지 않았다고 불평할 필요도 없다. 그 위기를 극복하면 더 좋은 결과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그러나 위기에서 성공적으로 빠져 나왔다고 플러스 알파를 바라서는 안 된다. 위기에 빠졌을 땐 한두 타의 실점을 각오하다가도 위기에서 성공적으로 벗어나면 그 이상의 대가를 바라는 경우가 많다. 파나 보기로 만족할 것을 버디를 노리다가 더 큰 참화를 빚게 된다.
유대인의 정신을 담은 탈무드에 다음과 같은 일화가 있다. 사자의 목구멍에 뼈가 걸렸다.
사자는 목구멍에 걸린 뼈를 빼내주는 자에게 두둑한 상을 주겠다고 말했다. 두루미 한 마리가 날아와 사자를 구하겠다고 했다.
그는 사자에게 입을 크게 벌리라고 한 뒤 사자의 입 안에 머리를 들이밀고 긴 주둥이로 뼈를 꺼집어냈다. 그리고 나서 두루미가 사자에게 물었다. "어떤 상을 줄거요" 사자는 두루미의 묻는 태도가 눈에 거슬려 화를 냈다.
"내 입안에 머리를 들이밀고도 살아서 나올 수가 있었다는 바로 그것이 상이다. 이와 같이 위험한 처지에서 살아서 나왔다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며 그 이상의 상은 없을 것이다." 위기에서 벗어났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것이다.
이런 골프명언이 있다. '골프 그리고 인생에 있어서 진정한 시험은 러프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러프에 빠진 후에 나오는 것이다.'
/편집국 부국장=방민준 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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