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와 범람, 물로기 떼죽음, 악취…서울의 북동쪽을 흐르는 중랑천하면 부정적 모습이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20년전만 해도 중랑천은 주변 논에 물을 대주던 소중한 존재였다. 중랑천의 옛 모습을 조금이라도 되살리기 위해 노원구 주민들이 모임을 만들었다. '중랑천 사람들'.
송재혁(41·도서출판 클릭 대표) 사무국장은 "지난해 4월과 6월, 중랑천에서 붕어 잉어 수십만마리가 떼죽음 당한 뒤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되겠다는 생각에 모임을 구상했다"고 동기를 밝힌다.
지난해 9월 첫 준비 모임을 가진 뒤 교사 법무사 약사 주부 공무원 구의원 지역신문편집장등으로 운영위원을 두었고 회원이 50여명이나 된다. 공동대표는 아직 못 뽑았지만 중랑천 답사, 정월대보름맞이 쥐불놀이 등 활동은 이미 시작했다.
1960년대부터 상계동에서 살고 있는 김세영(46·법무사) 운영위원은 60년대 말만해도 중랑천에 모래무지 불거리 게리 미꾸라지 꺽지 버드쟁이등 물고기가 다양했고 뚝방에는 민들레 씀바귀 달래가 있었으며 그 사이로 도마뱀이 기어다녔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상류인 양주, 의정부에 염색공장이 들어선 70년대부터 급속히 오염됐고 80년대 중반 대규모 아파트촌이 들어서면서 지하 유입수가 크게 감소, 오염은 걷잡을 수 없게 됐다. 동부간선도로가 개설된 뒤로는 주민들과도 차단이 됐다.
그렇기에 중랑천에 대한 추억은 갈수록 새록하다. 지난달 3일 중랑천변에서 연 쥐불놀이에는 예상보다 훨씬 많은 400여명의 주민이 몰려왔다.
송 국장은 "30~40대들이 아이들에게 깡통 돌리는 법을 가르쳐주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우리도 깜짝 놀랐다"며 "상계, 중계, 하계, 석계동 등에 아파트촌이 형성된 뒤 온 주민들도 중랑천에서 새로운 추억거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모임은 식목일날 중랑천에 갯버들을 심는 것을 시작으로 본격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식생조사와 토론회, 수질감시, 연날리기, 가족걷기대회 등 금년도 계획도 이미 마련했다.
송국장은 "지역 주민 중심의 풀뿌리모임으로 정착했으면 하는 게 바람"이라고 말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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