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집에서는 아이를 어떻게 키울까. 자녀를 키워 가면서 한번쯤은 던져보는 물음이다. 특히 컴퓨터에 심하게 빠져 있거나 또래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할 때, 부모들은 안타깝지만 조언을 구할 데가 마땅찮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최근 실시한 '우리 자녀 잘 키우기 아이디어 공모전'에는 실생활에서 터득한 자녀교육 노하우가 공개됐다.이정해(35ㆍ서울 송파구 문정동)씨의 두 딸 김연주(가원초등 2) 연경(가원초등 1) 자매는 또래처럼 '디지몬'을 좋아한다. 텔레비전 만화를 오래 본다고 모녀 간에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연주는 초등학교 입학 때부터 매일 텔레비전 만화 보는 시간을 스스로 정하고 있다. 이씨는 두 자매가 정한 시간 만큼은 방해하지 않고 맘껏 볼 수 있도록 내버려 둔다. "약속을 지키면 '약속을 잘 지켰다'고 칭찬해 준다"며 "처음보다 만화 보는 시간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간단하게 메모할 공간이 있는 달력을 이용해 약속 수첩을 만들었다. 여기에 게임CD를 사 주기로 하거나 놀이동산에 놀러가기로 한 약속 내용을 메모해 두면 눈에 잘 띄기 때문에 엄마나 아이가 모두 지킬 수밖에 없다.
자녀와 부부 간에 대화를 나누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은 냉장고 옆면을 활용해 가족소식판을 만들어 보자. 냉장고 옆면은 공간이 넓고 보드마카로 여러 번 쓰고지우기를 반복해도 잘 지워진다. 가족소식판 아이디어를 낸 김지선(28ㆍ대구 달서구 파호동)씨는 남편 정시욱씨와 부부간 의사소통의 장으로 이미 활용하고 있다.
아이들은 세 살, 두 살 배기여서 가족소식판을 활용하기에는 어린 나이. 말로 하기 쑥스럽거나 사소한 일을 전하기에 좋다고 한다.
초등학생 자녀들은 준비물이나 과제물 등부터 여기에 적게 한다. 말로 하는 것보다 '털실이 필요합니다'처럼 글로 적으면, 글쓰기 훈련과 존대말 연습을 동시에 할 수 있다.
중고생 자녀들에게는 짤막하게 감정을 표현하면서, 관심을 표시해 주면 좋다.
이승은(9ㆍ반원초 3)양은 한글학습지도 하지 않고 한글을 깨쳤다. 교재는 엄마 최수경(33ㆍ서울 서초구 잠원동)씨가 꼼꼼하게 정리하던 가계부. 최씨는 승은이와 함께 장을 보고 와서 가계부를 적을 때 구입한 물건들의 품목과 가격 등 내용을 상세하게 적고 그림도 간단하게 그려 넣었다. 호박 1,000원이라고 쓰면서 호박 그림을 그려넣고, 고기도 5,000원 어치 사면 100g당 얼마인지까지 적었다. 최씨는 "사물 그림과 글자, 그리고 시장에 다녀 온 경험을 연관시키면서 승은이가 한글을 익혔다"고 말했다.
승은이가 한글을 깨친 네 살 때부터 모녀는 '한일기'쓰기를 했다. 승은이가 일기를 쓰면, 최씨가 자신의 생각을 덧붙여주는 방식이다. 최씨는 "승은이에게 한글을 가르치면서 교감도 할 수 있었다"며 "동생보다 문장력이 훨씬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자녀의 친구 문제로 고민하는 부모들도 적지 않다. 아들 정현민(수원 숙지초4)군이 친구가 없어서 고민이던 박윤정(33ㆍ경기 수원시 화서동)씨. 집에 놀러 오는 친구도 없고 2학년 때는 생일잔치에 초대받은 적이 아예 없던 현민이가 올해 벌써 친구 생일잔치에 초대받아 다녀왔다. 박씨는 우선 현민이의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떡볶이 등 간식거리를 만들어주었다.
그러나 "먹을 것 때문에 아이들이 집에 놀러 오는 것이지 친구가 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임시방편"이었다. 지금까지 현민이가 주로 읽은 책은 과학책이었으나, 박씨는 작년부터 창작동화를 많이 읽게 했다. 또 불쌍한 사람들을 만나면 동전 몇 개라도 주게 하고, 학원에 가는 대신 밖에 나가서 편하게 놀 수 있는 기회도 많이 만들어 주었다.
문향란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