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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교육만 봐선 문제 못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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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교육만 봐선 문제 못푼다

입력
2001.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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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민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교육문제가 심각하다. 장관이 몇 달마다 바뀌고, 제도가 매년 바뀌지만 상황은 악화하고 있다.수시로 바뀌는 대학입시제도는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헛된 희망을 심어줄 뿐 달라지는 것은 없다. 학생들은 '마루타'가 아니다.

학교생활을 즐겨야 할 어린 학생들이 실험대상처럼 교육의 희생자가 되는 현실, 교육문제 때문에 임금인상을 하여도 사교육비 지출이 늘어날 뿐 삶의 질 향상과는 무관한 불쌍한 한국인의 현실을 방치할 수 없다.

무엇이 문제이기에 교육이 이렇게 되었는가. 흔히 성적중심의 대학입시제도를 꼽는다. 그리고 교육당국은 선발기준의 다양화를 운운하며, 대학은 복잡하기 짝이 없고 언론보도를 의식한 희한한 전형방법을 내세운다.

그러나 성적중심의 전형방법 자체는 당연한 것이다. 오히려 우리 실정에서는 모호한 기준보다는 가장 정직한 제도라고 하여야 할 것이다.

부실한 교육내용과 교사의 수준이 지적되기도 한다. 이해관계에 얽혀 선택의 여지도 없이 강요당하는 엄청난 교과목 수, 이를 교묘하게 몇 묶음으로 포장하는 기만성, 그리고 통제를 주임무로 삼는 교육당국도 빠질 수 없다.

그러나 우리 교육의 본질적 문제는 교육의 문제이기보다는 한국사회의 문제이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제도를 바꾸고, 대학입시제도를 고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정책당국은 이러한 점을 모른다기보다는 알면서도 외면하고 있다.

우리 교육을 망친 사회적 원인이란 학연중심의 간판사회를 말한다. 세칭 일류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사회현실이 존재하는 한 우리 교육은 현재의 굴레를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공부를 잘해서 좋은 대학을 나오면 상응하는 대우를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하겠지만 상투적인 이 논리는 허구적이다.

출신학교 만으로 개인의 능력을 판단한다면 이는 개인능력의 성장가능성을 외면하는 것이고, 나이 18세 정도의 대학입시 성적으로 운명이 결정되어서도 안되기 때문이다.

출신학교를 가지고 판단하는 사회에서 일류대 졸업생이 아닌 사람에게 안겨주는 좌절감은 크다. 이들에게는 한 때의 성적으로 인하여 평생 차별대우를 받는다는 생각이 지배하고 있다.

개인에 따라서는 발전을 위한 성취동기가 약할 수밖에 없고, 결국 무능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현실이 이렇다면 누구나 적성이나 전공보다는 일류대 진학만을 교육의 유일한 목표로 삼을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엄청난 사교육비 지출도 투자효과가 있다고 볼 것이다.

사교육비가 줄어들 수 없는 이유이다. 일류대를 나와야 대접받는 사회 때문이라는 것을 국민 모두가 아는데도 이를 타파하려고 하지 않고 공교육의 부실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을 보면 우리는 사회적 가면극을 연출하고 있는 셈이다.

학연으로 인한 폐해는 국립대학을 포함하여 지방 소재 대학을 대부분 존립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지방소재 대학생들이 취업이 되지 않아 대부분 서울 소재 대학으로 진학하거나 옮겨 간 결과 지방대학은 황폐화하고, 지방의 인재육성 역시 불가능하다. 서울소재 대학은 서울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치열한 입시 경쟁률을 즐기고 있다.

차라리 지방대학을 살려 서울중심의 입시경쟁을 줄여야 한다. 지방에 근무할 공무원과 공기업, 정부투자기관의 직원은 50퍼센트 이상을 그 지방소재 대학 출신자를 의무적으로 선발하는 방법을 추진하여야 한다. 그러면 사기업도 소비자가 소재하는 지방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일류대 중심의 사회가 존재하는 한 공교육은 영원히 사교육의 아류에 불과할 것이며, 조기유학과 교육이민은 계속 증가할 것이다.

사회적 네트워크화한 학연사회를 깨는 혁명적인 인사제도의 도입 없이 교육의 미래도, 한국의 미래도 없다.

박상기ㆍ연세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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