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스로 회생의 길에 접어들던 쌍용양회 처리문제가 '회계대란 덫'에 걸리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채권단과 쌍용양회측은 "경영정상화에 전혀 지장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향후 정상화행보가 순탄치 만은 않을 전망이다.
쌍용양회 주채권은행인 조흥은행은 28일 삼일회계법인이 쌍용양회에 대한 2000회계연도 결산 감사보고서에서 감사 의견을 '의견 거절'로 냈다고 밝혔다.
회계법인은 감사 의견을 적정, 한정 의견, 의견 거절, 부적정 등 4가지로 낼 수 있으며, '의견 거절'은 회사 재무제표에 신뢰성이 떨어져 감사 의견을 내기 어려운 경우 등에 해당된다.
조흥은행 고위 관계자는 "6,000억원에 달하는 계열사 대여금에 대해 회계법인측은 100% 손실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회사측이 전액 회수 가능하다고 주장하면서 의견 거절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쌍용양회가 회계감사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음에 따라 그동안 진행돼온 경영정상화 방안에도 적지않은 차질을 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당장 대주주인 일본 태평양시멘트(TCC)의 3,000억원 추가 출자가 가능할 여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1개월간의 줄다리기 끝에 TCC측으로부터 가까스로 추가 출자에 대한 기본 합의를 이끌어냈지만 30일로 예정된 TCC 내부 회의에서 회계감사 내용을 문제 삼아 입장을 뒤집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쌍용양회 관계자는 "이날 주총에 TCC 경영진이 모두 참석했고 기본 합의까지 이뤄진 상황이기 때문에 입장 번복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의견 거절'이나 '부적정'의 경우 곧바로 주식시장에서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는 점도 부담이다. 채무재조정이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주가상승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지금까지 회사채 신속인수 대상에 포함돼 있었지만 이번 회계감사로 인해 신속인수 대상에서 배제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어렵게 경영정상화를 추진해온 쌍용양회에게 이번 회계감사 결과는 '악재'임이 틀림없다"며 "기존 정상화 방안이 차질없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쌍용의 계열사 매각 및 외자유치등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영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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