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데이'를 하루 앞둔 28일 인천국제공항은 시시각각 김포공항에서 수송돼 오는 산더미같은 이삿짐들이 속속 배치되면서 하루종일 팽팽한 긴장감에 휩싸였다.인천국제공항공사측은 특히 시험운전 과정에서 줄곧 말썽을 빚은 수하물처리시스템(BHS)과 항공사 공용시스템(FIS) 등 각종 운영시스템의 막바지 반복시험에 잔뜩 신경을 곤두세웠다.
활주로에서는 대형 진공흡입기를 이용한 이물질 제거작업이 대대적으로 펼쳐졌고 여객터미널에서는 소방차까지 동원한 마지막 대청소가 이뤄져 비행기와 승객을 맞을 채비가 마무리됐다. 항공사, 세관 등 김포공항 상주기관과 운송업체, 음식업소 등 입주업체들도 각기 자체점검을 하느라 온 밤을 하얗게 지새웠다.
공항공사는 '개항 초기 근무자들의 미숙과 많은 관광객으로 인해 불편과 혼잡이 예상되니 이용객들의 너그러운 협조를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안내문을 영문과 한글로 만들어 여객터미널 곳곳에 붙였다.
이날 하룻동안 대형트럭 863대가 김포공항으로부터 짐을 실은 채 줄줄이 인천공항에 도착했고 29일에도 새벽 4시까지 2,470대의 트럭이 휘황하게 라이트를 밝힌 채 꼬리를 물고 공항 고속도로를 달리는 장관이 연출됐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별도로 22대의 비행기를 띄워 자체 화물을 옮겼다.
공항공사는 '개항 당일 안개가 심해 항공기 운항이 어렵게 될 경우에는 김포공항을 비상이용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김포 보세구역에 직원 100여명을 대기시켰다.
개항준비를 지휘하던 공항공사 이필원(李弼遠ㆍ54) 부사장은 "최선을 다하긴 했지만 솔직히 두렵고 떨리는 심정"이라며 바싹 마른 입술을 적셨다.
장래준기자
rajun@hk.co.kr
강 훈기자
hoony@hk.co.kr
■보안업체 분규 검색 '빨간불'
인천국제공항 보안검색 업무를 담당하는 보안전문업체인 '시큐어넷'의 노사분규가 개항을 하루 앞둔 28일에도 계속돼 보안검색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시큐어넷 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것은 회사측이 신공항 근무요원에 대해 노조탈퇴를 요구했기 때문. 노조는 "회사측이 24일 신공항 근무요원에 대해 처우개선을 미끼로 갑작스레 노조탈퇴를 강요하고 있다"며 "회사측이 노조원의 업무투입을 막을 경우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경입장을 밝혔다.
시큐어넷측은 29일 근무자 명단을 노조원 대신 비노조 신입직원으로 전원 교체한 상태여서 공항내에서 충돌이 예상된다. 신공항 보안검색 업무는 '시큐어넷'과 '유니에스'가 공동으로 맡고 있으며 근무직원 수는 각각 281명과 200명이다.
시큐어넷 노조가 29일 오전까지도 파업을 철회하지 않고 사측과 충돌할 경우 공항의 보안검색 업무에 차질이 불가피한 상태다.
공항공사측은 "비노조원인 유니에스 직원과 공항공사 직원을 긴급 투입, 큰 혼란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경찰 관계자는 "업체선정이 늦어져 보안검색요원에 대한 교육훈련도 규정(2주)보다 훨씬 못미치는 3일에 불과한 상태"라며 "노사분규가 장기화할 경우 보안검색 차질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아듀!! 김포공항
"아듀, 김포. 지난 40년 동안 수고 많았습니다. 인천공항에서의 성공적인 운항을 기원합니다."
28일 오후9시50분 이륙한 타슈켄트행 우즈베키스탄항공(HY)514편 바흐티에르(46) 기장의 마지막 교신을 끝으로 김포국제공항이 40여년간 맡아 온 국제선업무에 작별을 고하고 국내선 전용공항으로 전환됐다.
항공사 등 상주기관 직원들은 이날 인천공항으로 옮기는 이삿짐 싸기에 분주했고 김포에 남는 한국공항공단 직원들은 착잡한 심정을 감추지 못한 채 이삿짐과 함께 떠나는 직원들을 배웅했다.
▼지상ㆍ공중 대규모 화물이전
초대형 장비들이 국제선 항공기 운항 지원을 마친 오후 7시께부터 인천공항으로의 화물이전작업이 개시됐다.
김포공항 화물청사와 아시아나항공 정비고 등에는 수백대의 '공룡급' 지상조업장비들과 120톤이 넘는 크레인 등 운송장비들이 '운집', 장관을 이뤘다.
1,000여명의 항공사 직원들과 운송업체 기사들은 초대형ㆍ초고가 조업장비들을 흠집없이 옮기느라 쌀쌀한 날씨에도 굵은 구슬땀을 연신 흘려댔다.
'공룡이 공룡을 업은' 모습을 한 이들 대형 장비의 운송행렬은 오후 9시께부터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인천공항고속도로로 향했고 하늘에서는 김포공항 이ㆍ착륙을 마감한 항공기 41대의 '공중이사'가 이어졌다.
▼파장 분위기 역력
김포공항 국제선 1, 2청사는 파장 분위기가 역력했다. 김포공항에서 13년간 근무한 출입국관리사무소 출국1과 최남일(崔男一 ㆍ41)씨는 "정든 김포를 떠나는 마음은 섭섭하지만 새로운 공항에서의 새 업무도 무척 기대된다"며 쉼없이 짐을 날랐다.
국제선 청사의 환전소, 항공사 안내 부스, 식당 등 부대 시설도 이날 영업을 끝으로 김포와 작별했다. 이곳 직원들은 마지막 날 근무를 마치자마자 컴퓨터와 간판 등 각종 집기를 화물트럭에 실은 뒤 떼어지지 않는 발길을 재촉했다.
김포공항 국제선 2청사 2층 건물 외곽에 붙어 있던 각 항공사별 안내표지판들도 차례로 철거됐고 34년 역사의 공항 터주대감인 김포세관은 강판식을 가졌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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