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정부 들어 다섯 번 째 장관을 맞은 산업자원부의 모든 실ㆍ국은 요즘 장재식(張在植) 신임장관에 대한 업무보고 준비로 여념이 없다.이번 주말까지 이 일이 끝나면 곧 이어 청와대 보고를 준비해야 한다. 당장 급한 장관 결제야 사안별 추진경과 보고를 곁들여 이뤄지지만 '자잘한' 새 현안들은 자연히 뒤로 미뤄질 수 밖에 없다.
문제는 그 자잘한 것들이 정작 실물 현장에서는 결코 '자잘하지' 않다는 것이다. 한 국장급 간부는 "전임 장관이 지시한 '숙제'들을 계속 추진해야 할 지도 판단이 안 선다"고 말했다.
보고도 않고 일을 벌였다가 헛일이 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 만들기도 바쁜데 일단 덮어두자는 얘기도 많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초 당시 김영호(金泳鎬)장관의 '신(新)통상국가'전략이 윤곽도 잡히기 전에 용도폐기되고, 신국환(辛國煥) 전 장관의 '신(新)산업전략'으로 선회했다.
새 장관이 왔으니 이제 또 뭔가 그럴듯한 새로운 비전으로 재포장해야 할 판이다. 철학이 서면 구체적인 '액션플랜'도 뒤따라 나와야 한다.
한 관계자는 "약 7개월 주기로 네 번째 똑 같은 일을 하는 셈"이라며 "이제 짜내려고 해도 짜낼 아이디어도 없다"고 푸념했다.
정작 문제는 지식ㆍ정보화와 글로벌 경제시대 산업경쟁력 장기 비전은 구호로만 존재할 뿐이라는 자괴감과 열패감이다.
산자부 한 관계자는 "장관이 업무를 파악해서 제대로 일을 하려면 최소 5~6개월이 걸린다"며 고(故)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의 유행어 '해보긴 했어?'에 빚대 "해볼 기회는 줘 봤느냐"고 항변했다.
신임 장관의 비전을 살피기에 앞서 "이번엔 얼마나 버틸까"라는 농담섞인 내기가 오가는 곳이 산자부의 현주소다.
최윤필 경제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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