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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 / 크로스오버 아티스트 오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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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 / 크로스오버 아티스트 오정미

입력
2001.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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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사탕 귀걸이와 목걸이로 한껏 멋을 냈다. 22일 서울 갤러리현대에서 열린 '예술과 공간' 개막전에서 '꿈꾸는 집' 이라는 음식 퍼포먼스를 펼쳤던 오정미(41)씨."음식 퍼포먼스를 한다고 했더니 관객은 제가 옷이라도 벗고 요리를 만들 줄 알았는가 봐요. 제가 전시장 한 켠에 앉아 과자로 집을 만드는 것을 보며, 다들 퍼포먼스는 언제 시작되느냐 묻더군요. '지금 하고 있다'고 하니 충격적인 볼거리를 기대했던지 실망하는 눈치였어요."

퍼포먼스에서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기이한 자극은 없었지만, 검은 색 드레스에 진짜 사탕 귀걸이와 사탕 목걸이로 멋을 낸 그가 펼치는 미술과 음식을 결합한 색다른 행위예술은 관객들을 즐겁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에게도 뜻깊은 자리였다. 조각가, 설치미술가, 행위예술가, 요리사로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고 있는 그가 18년의 미국생활을 접고 한국에 들어와 펼치는 첫 귀국 인사였기 때문이다.

85년 서울대 조소과를 졸업하자마자 미국유학을 떠났던 그가 미술과 음식을 결합하기까지는 10년의 긴 역정이었다.

"뉴욕 아트 스튜던트 리그에서 돌조각과 드로잉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뉴욕의 스케일에 압도된 탓인지, 이제까지 받은 미술교육이 작가로서 허송세월한 것은 아니었던가 씁쓸하더군요. "

뉴욕이 준 충격은 그를 학문적 유목민이 되게 했다. 조각공부 외에 보석디자인(FIT), 요리(뉴욕 프랑스 요리학교 FCI, 이탈리아 요리학교 ICIF 졸업), 도예, 유리조각 등 닥치는 대로 학교와 공방을 찾아가 배웠다.

그리고 10년 만에 선택한 길이 크로스오버 아티스트. 음식을 소재로 요리도 하고, 퍼포먼스도 펼치고, 때론 드로잉도 하는 것이다.

"예술 따로, 요리 따로 분리해 일할 때는 작가로서도 요리사로서도 스트레스가 심했어요.

요리할 때면 내가 작품을 제대로 못해 이 짓 하나 생각도 들고, 몸은 몸대로 힘들었지요. 어느날 식당에서 일하고 있을 때였어요.

갑자기 그림이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밀려오더군요. 식당에 있던 소스를 가지고 그림을 그렸어요. 야채와 과일의 즙을 짜 색깔을 올리고.. 뒤늦게 미술과 음식은 별다를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지요. "

그는 "내 작품에는 과일과 채소의 싱그러운 향기가 배어 있다. 시금치나 비트, 당근 등에서 얻어지는 초록, 빨강, 노랑의 환상적 색은 화학 처리된 물감과 비교할 수 없다" 고 말했다.

프랑스, 이탈리아 요리의 마스터 자격증을 갖고 있는 오정미씨의 솜씨는 뉴요커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만족시켰을 정도로 소문이 났다.

뉴욕 소호에서 레스토랑 'Eat & Drink'의 주방장으로 일하며 한국과 프랑스 요리를 결합한 퓨전 요리로 뉴욕타임스에 소개되기도 했다.

신문칼럼, TV요리 프로 등을 통해 이미 음식 스타일리스트로서 위치를 굳힌 그는 귀국을 계기로 더 다양한 영역을 꿈꾸고 있다.

올 봄 그는 음식과 아트가 연결된 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야심적 프로젝트의 첫 장을 연다. 30일 두번째 퍼포먼스에는 사탕 드레스도 입고 나온다.

화랑에서 사탕 귀걸이와 목걸이를 한 채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는 오정미씨.

송영주기자

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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