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해법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끝에 출자전환을 통한 적극 지원으로 가닥을 잡았다.이에 따라 현대건설은 다시 한번 '대마불사'를 확인시키며 회생의 길을 걸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채권금융기관이 결국 엄청난 부담을 떠안는 격이어서 부실 규모만 더 늘리는 것이 아니냐는 특혜 시비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다시 불거진 유동성
위기 현대건설은 당장 30일 1,000억원의 진성어음을 상환해야 하는 등 매월 2,000억원 이상의 물품대금 상환 부담을 안고 있다.
정부와 채권단이 28일 긴급 회의를 열어 현대건설이 신용보증기금 보증을 통해 전환사채(CB)를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다각적인 지원 방안 모색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건설은 완전자본잠식으로 회사채 신속인수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상법상 자기자본이 없는 회사의 경우 회사채를 발행할 수 없도록 돼있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의 만기 회사채는 4월 840억원에 달하는 것을 비롯해 4~6월 3개월 동안에만 무려 4,390억원에 달한다.
"가뜩이나 동절기 영업이 어려워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상황에서 회사채까지 자체 상환할 능력은 없는 상태"라는 것이 채권단측 설명이다.
■출자전환 가닥 배경
정부는 당초 이처럼 벼랑 끝에 몰린 현대건설 해법으로 출자전환 카드를 들고 나왔지만 "신규 지원을 꺼리는 채권금융기관이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현실적인 이유 탓에 법정관리 안이 급부상했다.
어정쩡하게 출자전환을 단행할 경우 채권단 손실만 커질 뿐 회생이 보장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이 기회에 확실하게 정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됐던 것.
하지만 법정관리 파장에 대한 부담감은 결국 다시 출자전환으로 가닥을 잡게 했다.
법정관리시 해외공사 수주가 아예 봉쇄되는데다 시장 불신이 심화해 현대전자 등 계열사까지 동반 부실화할 수 있기 때문.
게다가 법원이 동아건설처럼 청산 판정을 내릴 경우 파장은 일파만파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감이 높았다.
정부 관계자는 "두가지 방안을 놓고 다각도로 저울질한 결과 출자전환 밖에는 해법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어떻게 되나
"살리려면 확실히 살리자"는 정부와 채권단 방침에 따라 그동안 막혀있던 숨통은 한결 트일 수 있게 됐다.
출자전환과 별도로 1조5,000억원의 신규자금을 수혈 받기 때문에 당분간 물품대금 등을 갚는데도 별다른 지장이 없을 전망이다.
또 회사채 만기연장 등 회사채 신속인수 대상 제외에 대한 대책까지 마련된 만큼 회사채 상환 부담도 없는 상태다.
하지만 대주주의 권한을 넘겨받은 채권금융기관은 '무한 책임'을 져야 할 처지다. 당장 출자전환액과 신규자금 지원액은 차치하고라도 추후 경영정상화 과정에서 추가 부실이 생길 경우에도 이를 모두 채권단이 떠안아야 한다.
"어차피 회생이 어려운 기업에 출자전환을 했다가 다시 금융기관에 공적자금만 투입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해외 채권자나 제2금융권의 행보도 변수다. 채권단 한 관계자는 "출자전환을 통한 경영정상화에 여러가지 장애물이 있을 수 있다"며 "특히 해외 채권자 등이 자금 회수에 나서면 상당한 진통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회계감사 '한정의견' 영향
현대건설의 외부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은 '감사범위 제한'으로 한정의견을 냈다고 28일 감사보고서에서 밝혔다.
감사보고서는 "현대건설 해외지점의 금융거래 내역을 입수했다면 발견할 수도 있었던 수정사항의 영향을 제외하고는 (재무제표가) 기업회계기준에 따라 적정하게 작성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즉 해외지점의 채권채무 관계에 대해서는 감사인의 접근이 불가능한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감사범위가 제한된 사유에 대해서는 책임소재를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보고서는 감사의견보다 손실규모의 급증에 초점을 두고 상세한 설명을 곁들이고 있다.
논란이 됐던 이라크채권의 공사미수금에 대해서는 "향후 단기간 내에 회수가 불가능한 실정을 감안 채권잔액의 50%를 특별손실로 반영했다"고 밝혔다.
유동성 위기로 인한 사업지연과 원가상승에 따라 공사미수금과 재고자산의 평가손실도 수천억원씩 손실로 잡았다. 또 삼일측은 2조9,800억원의 총 손실금은 계속기업을 전제로 계산된 것인데 현대건설의 경우 계속기업의 존속여부에 '중대한 의문'이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정의견만으로는 당장 관리종목으로 편입되는 등의 불이익은 없다. 하지만 감사범위가 제한됐기 때문에 불확실한 재무제표상의 수치는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 신용평가기관이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할 가능성도 커 회사채 발행 등 자금조달에도 당장 애로를 겪을 전망이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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