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팸플릿을 산 후 후회할 때가 있다. 알맹이는 없고 화려하기만 한 게 많기 때문이다. 좋은 종이에 사진을 잔뜩 넣어 두껍게 만들었는데, 정작 작품이나 작가에 대한 설명은 거의 없거나 애매해서 관객의 감상을 돕지 못한다.무용이나 국악, 돈이 많이 들어간 대형 공연이 특히 그러하다.
무용 팸플릿은 심하게 말하면 낙서나 일기장처럼 보이기도 한다. 작품이나 안무 노트는 작가의 넋두리 같이 짧은 글이 대부분이다. 춤은 몸으로 하는 것이라 가뜩이나 이해가 쉽지 않은데, 팸플릿을 보면 더 어리둥절해진다. 관객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공연하는 측의 자기만족용 사진첩 같다.
제작비가 많이 들고 여기저기 기업 협찬이 따라붙는 오페라 팸플릿은 화려하기가 으뜸이다.
그런데 작품 내용이나 감상 포인트에 대한 해설을 찾으려면 한참 넘겨야 한다.
정치인, 기업대표, 평론가, 공연관련 유명 인사 등의 축사가 줄줄이 이어지고 공연 주최측의 인사말까지 싣고 나서야 작품 얘기가 나온다. 축사는 아직 올라가지도 않은 공연이 훌륭할 거라는 덕담 일색이다. 평가는 관객 몫인데도 말이다. 두고두고 꺼내 읽으면서 자료로 보관하고 싶은 알찬 팸플릿이 아쉽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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