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신임 신 건 국정원장이 검찰 출신으로 조직을 틀어 쥐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임동원 전 국정원장이 대북문제에만 주력, 상대적으로 느슨할 수밖에 없었던 국내 파트가 구두 끈을 다시 매는 분위기다.
더욱이 신 원장이 국내 현안, 민심 파악에 비중을 두겠다는 방침이어서 국내 파트 요원들은 긴장하면서도 활동반경이 넓어진다는 점에 활력을 되찾는 모습들이다.
사실 임 전 원장 시절에는 국정원이 정치적 중립을 넘어 정치적 무관심에 가까울 정도로 국내 현안에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김대중 대통령이 "정치에 관여하다가 파문을 일으키는 것보다는 무위(無爲)가 낫다"는 뜻을 전했고 임 전 원장은 이를 충실히 이행했다. 심지어 임 전 원장은 청와대의 한 관계자가 대통령의 지방행사에 대한 간접 지원을 요청했을 때도 "그럴 수 없다"고 거부하기도 했다.
임 전 원장의 이런 자세는 국정원을 정치적 논란에서 벗어나게 한 반면 국정원 조직의 절반이 손을 놓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에 대한 여권 내부의 비판도 거셌다. 건강보험 재정파탄 사태가 벌어지면서 국정원의 판단력은 도마에 올랐고 이는 임 전 원장이 통일부 장관을 맡는 한 요인이 됐다.
신 원장은 "충분한 정보와 구체적 민심 파악은 정확한 결정과 시의적절한 대처를 가져온다"는 적극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신 원장은 27일 취임사에서도 "피와 눈물 그리고 땀밖에 드릴 게 없다"는 2차 대전 당시의 윈스턴 처칠 영국수상 연설을 인용, "내가 앞장서 땀과 눈물을 국가에 바칠 테니 여러분도 따라달라"고 주문했다. 신 원장은 또 "국정원 제2차장 시절 불야성을 이루었던 국정원의 사무실을 보면서 가슴 뿌듯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좀더 적극적으로 일하라는 격려이자 채찍질이었다.
신 원장은 또 철통 같은 안보 태세의 확립, 국민에 대한 국가정보기관의 무한 책임, 국가원수에 대한 진심어린 보좌 등 3가지 자세를 강조하고 취임식 날 밤 늦게까지 자리를 지켰다. 이 때문에 상당수 사무실이 모처럼 만에 밤 늦도록 불이 켜 있었다.
신 원장의 적극적인 자세는 국정원을 활성화하는 긍정적 측면과 함께 정보기관의 아킬레스건인 정치 관여 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 이 같은 논란의 여지를 없애면서 정상적인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는 과제가 신 원장에게 주어져 있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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