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은 한탄강 변의 가장 오래된 주거터 전곡읍의 장날이었다. 최근 이 지역의 최고 현안으로 떠오른 한탄강댐 건설 계획에 반대하는 주민과 시민단체의 100여명 회원들이 가두 서명을 벌였다.호응은 대단해서 순식간에 작은 읍에서 1,000여명이 넘게 서명을 했다. 군수 군의회 의장 등 지역의 주요 인사도 모두 참여했다.
1996년, 99년 두 차례 홍수 때 기존의 연천댐은 맥없이 무너졌다. 연약한 현무암 지반 위에 세워진 콘크리트 구조물의 양날개 접합면이 터진 것이다.
이로 인해 연천, 파주의 물난리는 가중되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정부에서는 종합적인 임진강 수계 홍수 예방대책을 지시했고 건교부와 수자원공사는 홍수조절용 한탄강댐 계획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한탄강의 독특한 지형, 즉 우리나라 유일의 화산 지형의 협곡으로 철원평야 한가운데 움푹 패인 대형 수로인 이 한탄강은 배후에 홍수를 조절할 만한 저수지를 형성할 수 없는 지형이다.
수자원공사측도 이를 인정해 댐을 소규모로 지어 한탄강 수계의 유일한 산악구간이며 국내 최대의 사격장인 다락대 사격장을 홍수 시에 잠기게 하는 계획안을 내 놓고 있다.
평상시에는 사격장을 정상적으로 운영한다는 것이 수자원 공사의 입장이고 보면 한탄강에 댐 입지가 얼마나 부적합한가를 보여주고 있다.
파주의 금파리 스토리 사격장에서 보듯이 다락대 사격장에는 엄청난 양의 화약, 분진, 기타 화학물질, 유해물질이 뒤범벅이 되어있다.
한국과 미군의 최신 무기가 이곳에 쏟아진다. 따라서 이 곳에 댐을 지으면 이런 유해물질들이 그대로 물에 녹아들어 식수를 오염시키는 결과가 된다.
서해와 DMZ를 이어주는 생태 네트워크, 구석기 및 선사유적지, 용암대지의 천혜의 자연환경인 한탄강이 댐에 의해 왜곡된다면 통일시대를 맞이하는 한탄강 지역의 새로운 희망은 그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이미 한탄강 수계의 각 지천들은 4∼5급수의 수질을 보이고 있고 본류도 이미 상수원 기준인 2급수를 넘어 3급수의 수질을 보이고 있다.
이미 이 지역의 3개 군(연천, 포천, 철원)의 지방의회도 공식적인 반대를 천명했고 주민의 대다수가 반대운동을 하고 있다.
지질, 지형, 안전성, 경제성, 환경성 등 모든 면에서 한탄강 댐 건설은 재고돼야 한다.
이철우·한탄강네트워크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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