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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부.KDI 對 한은,경기해법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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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부.KDI 對 한은,경기해법 '갈등'

입력
2001.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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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일본의 경제난 여파에다 현대건설 사태 등으로 경기가 좀처럼 풀릴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재정경제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 한국은행이 경기 해법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다.내달 6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콜금리를 조정할 한은은 최근 급등하는 물가 때문에 콜금리 인하를 부담스럽게 여기고 있는 반면 정부와 KDI 등은 경기진작을 위해 콜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은행은 28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한국은행, 어떻게 다른가'라는 제목의 이례적인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 고위 공직자들이 수시로 금리정책 방향을 언급함으로써 한은이 미국 FRB와 달리 통화정책을 독자적으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봉균 KDI원장은 27일 한국정학연구소 주최 토론회에서 "최근 한은은 물가 안정만 급급해 자금흐름 등 유동성이나 경기문제는 2차적으로 여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진념(陳稔)경제부총리는 21일 능률협회 조찬 강연에서 "미국 경제가 경착륙할 경우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4%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고 말해 금리 인하 등을 통한 경기 부양 필요성이 있다는 것을 시사했었다.

한은은 이날 자료에서 지난해 2월 이후 재경부 장관, 경제수석, 산업자원부 장관 등 경제 각료들의 금리관련 언급사례를 일일이 열거하며 "한은의 고유 권한을 더 이상 침해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은은 우리나라는 1998년 3월 한은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의장을 맡은 이후에도 행정부가 자주 금리정책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바람에 통화정책에 관한 한은의 역할이 위축되고 시장에도 금리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금통위 개최에 앞서 한은이 공격적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은 국제 수준에 비춰(미국ㆍ한국 연 5%) 현 콜금리 수준을 더 낮추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금리 인하 압박이 계속되고 있는데 따른 '항의의 표시'로도 비쳐지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정부가 한은에 대해 금리를 어떻게 해야 한다고 직접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 통화정책 논란에 대한 금융계의 시각은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한은 독립'을 강조하면서도 수시로 통화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발언을 해 온 만큼 차제에 통화정책에 관한 한은의 권위를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논쟁이 매듭지어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 경제 전체가 걸려 있는 중요한 시국에 '물가 관리'를 최우선시하고 있는 한은에 대해 정부 관료나 국책연구기관이 견해를 피력하는 것조차 막으려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박정규기자

j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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