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아티스트인 야마모토 게이고(山本圭吾ㆍ65)씨는 일본 서부의 한적한 도시인 후쿠이(福井)현 후쿠이시에 산다.후쿠이는 그의 고향이다. 그곳에서 후쿠이대학까지 나왔다. 지난해 그는 도쿄(東京) 무사시노(武藏野) 예술대학에서 교토(京都) 세이카(精華)대학 영상학과 교수로 옮겼다. 교토와 후쿠이는 열차로 1시간20분 거리.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고향에서 보낸다.
후쿠이에서도 한적한 농가. 차고처럼 생긴 창고가 그의 작업실인 'K 비트 인스티튜트' 다.
언뜻 보면 평범한 창고에 불과하다. 여기저기 농기구가 보이고, 벽장에는 농약과 씨앗 봉지들이 가득하다.
그러나 게이고씨의 설명을 들으면 미디어 아트 작업과 관련 없는 것이 없다. 천장에는 평범한 전등 대신 레일로 움직이는 조명기구가 달렸고, 중간의 선반은 비디오 카메라 설치대이며, 흰 칠을 한 벽장 문은 스크린이다.
다락방같이 생긴 이층으로 올라가면 작은 방송국을 방불케 하는 사운드 센서, 비주얼 텔레폰기기들, 각종 선과 종이와 천들이 있다.
그의 미디어 아트는 첨단기기에 자연의 모든 것을 결합하는 빛과 소리와 영상의 세계이다. "미디어 아트는 보이지 않은 것을 보이게 하는 예술이다."
후쿠이시립미술관에서 그룹전 형식으로 열리고 있는 '인체 표현전'. 게이고씨의 작품이 전시중이다.
3개의 브라운관에는 이미지로 만든 발이 움직인다. 사람이 상자 위에 올라 발을 움직이면 화면에 함께 나오고, 발의 움직임에 따라 소리가 다르다.
1978년 처음 선보였던 비디오 퍼포먼스 '발(Foot)'이다. 소리는 발이 지닌 에너지의 반응이고, 그 반응은 인간의 마음이다. 그리고 사람의 발과 이미지의 발의 움직임은 대화를 상징한다.
'발'이 구상화라면 레이저 광선으로 단순화한 1986년작 '발, No7' '호흡, No4' '대화' 는 추상화인 셈이다.
마치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을 하듯 두개의 발, 팔, 몸의 선이 0.3초 간격으로 따라 움직인다. 게이고씨에게 0.3초는 매우 중요하다.
"인간의 반응시차이다. 생각한 것을 반응하는 순간 생각은 이미 '과거'가 된다. 세 작품은 인간의 판단과 에너지를 육체적 움직임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것은 또 3,600km 상공에 있는 인공위성이 보내는 전파를 받는 시간이기도 하므로 우주적이다"고 했다.
왜 게이고씨는 유난히 발에 관심이 많을까. "생각보다 발의 움직임으로 많은 것을 표현할 수 있다.
건강상태나 신경, 내면심리 등. 일본 춤 노(能)의 느린 발의 움직임처럼." 그 움직임을 통해 그가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것은 인간 자신, 인간끼리의 커뮤니케이션이고, 그 커뮤니케이션은 끝없는 에너지의 움직임으로 나타난다.
미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공동작업을 통해 얼굴과 언어와 액센트의 차이를 멜로디로 이미지화 한 3년전의 '대화 뮤직' 이나, 지난해 11월 '월드와이드 네트워크 아트 2000'에서 도쿄와 교토와 후쿠이를 연결한 '시간의 철학'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인터넷과 정보통신의 발달은 세계를 하나로 묶는 네트워크화를 가능하게 했고, 사람과 사람, 사람과 기계의 대화기능을 높였다.
그 대화의 다양한 이미지들을 첨단 정보시스템을 이용해 세계 어느 곳이든 동시에 주고 받을 수 있는 것이 미디어 아트이다."
1975년 브라질 상파울루 비엔날레에서는 비디오 게임 '5개의 눈'으로 카메라와 인간의 눈, 보는 것과 보이는 것의 대화를 시도했다. 그 옆에는 백남준씨의 작품이 있었다.
"친하다. 뉴욕에 있는 백남준씨의 집에도 가봤다"고 한다. 1991년에는 한국의 탈로 우리 아티스트와 공동작업도 했다.
게이고씨가 '미디어 아트' 와 '인체' 란 두 가지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후쿠이상고 미술교사 때였다.
당시 그의 관심은 모터로 작동하는 기계설치미술이었다. 그러나 졸업생들이 기증한 비디오기기와 '두발 자유화' 를 외치는 학생들이 그를 바꿨다.
학생들이 넘치는 에너지를 긴 머리로 표현하고 싶다는 것을 안 후 그는 학생 편에 섰고, 비디오 룸을 만들어 그들의 에너지를 표현하는 비디오아트를 시도했다.
그때 그룹전 '현대미술의 흐름' 을 가진 후 미국 호주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등 세계 곳곳에서 무려 40여 차례 전시회를 가졌다.
전달체계는 디지털에 의존하지만 그는 작품의 소프트웨어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만든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인간 그 자체는 아날로그이기 때문이다. 거대한 도시문명에 물을 입히는 '워터드롭' 시리즈를 내놓는 것도 일종의 디지털(문명)과 아날로그(자연)의 네트워크화이다.
빌딩 사이를 물로 채우려 한다. "인간에게는 이 둘 모두 중요하다. 그 불균형을 예술로 바로 잡아보자는 것이다.
네트워크는 수직이 아니다. 동등하게 연결하는 수평이다. 그것이 21세기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후원/LG상남언론재단
후쿠이=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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