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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공단-평가원 '진료비 실사권'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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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공단-평가원 '진료비 실사권'싸움

입력
2001.03.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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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약국의 허위청구를 제대로 심사하지 않아 보험재정이 파탄났다.""보험료 수입 관리에 구멍이 뚫리지 않았으면 파탄도 없었다."

건강보험(의료보험) 재정의 직접적 책임을 진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흙탕물 싸움을 벌이고 있다.

특히 보건복지부와 함께 재정파탄에 대한 문책을 받아야할 두 기관이 도리어 '진료비 실사권'을 놓고 이전투구에 들어가 빈축을 사고 있다. 진료비 실사업무를 어느쪽이 차지하느냐는 문제는 인력 구조조정과도 직결되는 만큼 싸움은 각각의 노조가 나서는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다.

보험공단 전국사회보험노조(옛 지역의보 노조)는 26일 성명을 내고 "지난해 의료기관 부당허위청구 진료비가 총 1조5,000억원에 달하며, 이는 현재 아무도 잡을 수 없는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라고 주장, 같은 건물에 함께 입주해있는 심사평가원을 겨냥했다.

노조측은 특히 평가원의 심사기능을 문제삼고 "동네의원은 106년, 약국은 178년, 병원은 31년, 종합병원은 9년만에 한번 꼴로 조사하는 셈"이라며 "부당청구 조사는 말일 뿐 실제로는 국민을 속이고 있는 것"이라고 공격했다.

이에 대해 평가원 노조는 "심사자격 조차 갖추지 않은 공단이 부당청구 조사 잘못 운운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 즉각 반박했다. 노조 관계자는 "공단이 발표한 자료 대로라면 작년 병ㆍ의원 진료비 삭감률이 13% 정도여야 하는데, 작년도 삭감률은 0.7%"라고 맞섰다.

양측은 전산망 사용을 놓고도 갈등을 빚고 있다. 평가원은 최근 160억원을 들여 중앙전산센터내에 초대형 서버 컴퓨터를 설치, 의료기관에서 보낸 진료내역을 모두 입력해놓았다. 하지만 공단측이 평가원 컴퓨터에 들어있는 진료내역자료를 조회하는 데 대해서는 "진료심사 목적외 자료 제출은 곤란한다"며 제한을 가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공단측은 "환자가 부당청구 의료기관을 신고해도 진료내역을 파악할 길이 없다"며 "평가원이 잘못을 감추기 위해 전산망 공동 이용을 꺼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싸움이 공단측이 보험재정파탄을 계기로 진료비 실사권을 넘겨받으려 나서고, 이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평가원측이 제동을 걸면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실사권의 향배에 따라 양 기관의 구조조정 규모가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어 갈등이 치열해지고 있다.

연세대 보건대학원의 한 교수는 "재정 위기를 계기로 공단과 평가원 기능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라며 "이른 시일내 경영진단을 거쳐 역할에 맞는 대대적인 손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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