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에 대한 경제 제재 조치는 완화하고 사담 후세인은 더욱 압박한다."미국의 대(對) 이라크 제재정책이 11년 만에 변화조짐을 보이고 있다. 변경안의 핵심은 일부 경제제재 조치 완화로 이라크 국민의 고통을 줄이는 대신 사담 후세인의 군사력 강화를 막고 나아가 정권전복을 위해 전력을 기울인다는 것이다.
현재 이라크 제재 조치의 효과와 명분을 잃고 있는 가운데 국제사회에서 제기되고 있는 '제재 철회'라는 여론의 화살을 피하면서 '후세인 제거'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이 미국의 의도이다.
이와 관련, 워싱턴 포스트는 26일 미국은 이라크의 석유수출을 일부 허용하면서 유엔감시단을 배치, 후세인 정권의 군수품 수입을 저지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유엔 안보리 상임 이사국들을 상대로 설득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새로운 대 이라크 정책을 입안한 콜린 파월 국무부 장관은 이날 위베르 베드린 프랑스 외무부 장관과 회담에서 유엔의 이라크 제재 조치 내용을 수정하려는 미국의 노력에 프랑스가 협력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베드린 장관은 이 같은 정책 변화를 환영한다고 말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새로운 정책에 대한 지지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미국은 일단 요르단 시리아 터키 등 이라크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인접국들을 이용해 대 이라크 경제제재 조치를 완화하는 방법을 마련중이다. 인접국들을 새로운 제재계획에 협력토록 유인하기 위해 이들이 이라크산 석유를 할인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그 대금을 특별계좌에 예치하게 함으로써 이라크가 이들 인접국과 제한적인 교역을 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 계획에 따라 유엔은 이라크산 석유를 구입할 수 있는 석유회사의 명단 초안을 작성, 후세인 정권에 불법적으로 대금을 지불하는 것으로 보이는 중개인들을 제거할 것이라고 이 신문은 밝혔다. 또 밀수를 방지하기 위해 안보리가 이라크 국경 외곽과 주요 외국 공항에 감시요원을 배치, 면밀히 감시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미국은 이와 함께 후세인 정권 전복의도를 더욱 노골화하고 있다. 폴 월포위츠 미 국방부 부장관은 26일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터키협의회의 연설을 통해, "후세인 대통령이 집권하는 한 여전히 이웃 국가들에 대한 위협이 될 것"이라며 "이라크에 민족적, 종교적으로 단결된 새 지도자가 들어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진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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