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도 서울지법 법관 1인이 담당한 소송사건은 월평균 400여건으로 일본 법관의 4배라고 한다. 1건을 재판하는 기간은 평균 1개월에서 6개월이고 복잡한 사건은 몇 년씩 걸리는 것이 보통이라고 한다.그러다 보니 법관들은 사건 내용을 숙지하지 못한 채 같은 시간에 수십명의 당사자와 증인을 소환해 재판을 해야하고 당사자들은 2,3시간씩 기다려서 재판을 받게된다.
그래서 대법원은 2월에 '민사 사건처리 모델'이라는 것을 만들어 시행토록 했다. 이 모델은 재판전에 당사자들로 하여금 서면으로 주장과 증거자료를 제출케 하여 미리 쟁점을 파악함으로써 법정공방 횟수와 시간을 최소화하여 신속히 재판을 끝낸다는 일종의 재판지침이다.
획기적 모델이지만 이 모델이 성공적으로 운영되려면 몇가지 선결 조치가 있어야 한다. 첫째, 폭주하는 그 많은 사건을 처리할 수 있는 적정한 법관의 증원이 있어야 하고, 다음으로 법관의 신속한 사건처리를 위한 근거 규정이 필요하다.
특히 현행 민사소송법에는 사건을 접수한 때로부터 언제까지 처리해야 한다는 시한이 없다.
그런 탓에 사건을 접수한 때로부터 수개월만에야 소환장을 발송하고 착수하는 경우도 많다. 사건처리 시한과 그 시한을 정당한 사유없이 넘길 경우 제재하는 규정이 없는 한 이번 '사건처리모델'도 그 실효를 거둘 수 없을 것이다.
한 가지 쟁점에 대한 증거조사를 마친 다음 또 다른 쟁점에 대한 증거조사 착수기간을 3일 또는 5일 이내 하도록 하고 이 기간을 어길 때에는 이유를 당사자에게 통지하거나 법원장에게 보고하게 하는 등의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
소송법상 법관에게 사건 처리시한을 둔 법규는 주의규정 일뿐 제재 규정이 없기 때문에 일부 법관들은 부담없이 처리시한을 어기는 것이 관행화 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법관을 제재한다는 것은 자칫 법관의 독립심판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오해하기 쉬우나, 이는 어디까지나 사법 행정상 일반적 감독권의 발동이라고 봐야할 것이다.
법원은 사무적으로 당사자들에게 몇일 몇시에 몇호 법정에 출석하라고 소환장을 발부하지만 당사자들은 그것을 받는 순간부터 밤잠을 설치고 노심초사한다.
일부 법관의 무성의로 인한 당사자들의 원성은 대다수 성실한 법관들과 법원 전체에 대하나 불신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소송 지연은 당사자들에게 주는 정신적, 경제적 피해외에 국가재정에도 손실을 입힌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장진호ㆍ법무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