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대 전호태 교수(역사문화학)의 학문 출발은 화제였다. 70년대 후반 대학에 입학할 때 고구려 고분벽화를 공부하겠다는 결심을 밝혀서 면접교수들을 놀라게 했다.그 후 고분벽화 전공학자가 되어 발표한 논문은 학계에 주목을 받았다. 벽화에 나타난 흔적을 토대로 고대인의 생활상과 신앙 등 생생한 모습을 재현해내기 때문이다.
그는 올해 '고구려 고분벽화연구'(사계절)로 한국 백상출판문화상 저작상을 받았다. 그 전 교수가 지금 딜레마에 빠졌다.
■전 교수는 1993년 울산대에 자리잡은 후 반구대 암각화를 새롭게 인식시키는 사업에 나섰다.
배 고래 거북 사슴 작살 사람 등 200여 바위그림이 또렷한 선사시대 암각화의 가치를 밝히는 학술발표회를 열었다.
이에 힘입어 도 지정문화재였던 암각화는 95년 국보로 지정됐다. 그 뒤 그는 반구대 일대를 사적공원으로 지정해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시키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지역사회에서 환영하며 즉각 반응했다. 하지만 학자로서의 고민도 이 때부터 시작됐다.
울산시는 반구대 일대를 테마파크로 만든다고 발표했다. 선사문화 체험마을을 조성하기 위해 도로 확장, 주차장 설치 등 개발사업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중장비가 투입된 개발은 지형을 바꾸고, 유흥업소가 들어서 놀자판 문화를 양산한다. 당장 유적이 치명적으로 훼손될 것이 뻔해졌다. 전 교수는 외로운 투쟁에 나섰다. 역사의 죄인이 되느냐 안 되느냐가 문제의 초점으로 부각됐다.
■울산시가 지역민의 소득증대를 위해 노력하는 정성은 이해가 된다. 지자체에서는 지역민의 생활향상이 우선순위이다.
하지만 암각화학회를 비롯한 고고학회와 미술사학회 등 학계가 벌떼처럼 일어났다. 암각화의 가치는 자연환경이 살아있는 상태라야 인정되는 것이지 산을 깎고 들을 헤쳐서 지형을 파괴한다면 잘못이라는 지적이다.
세계의 주요 암각화 문화유산은 사람들의 접근을 막는 조치부터 보호활동을 시작한다. 전 교수를 문화재 파괴의 원흉으로 만들 것인가, 아니면 울산을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시범도시로 만들 것인가? 그것이 당면 문제이다.
/최성자 논설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