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3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출장을 앞둔 박모(42ㆍ사업ㆍ부산 수영구 남천동)씨는 인천국제공항 대신 일본 오사카(大阪) 공항을 통해 가기로 했다.부산에서는 LA까지 가는 직항로가 없어 경유지로 인천과 오사카를 놓고 고민한 끝에 비용과 시간면에서 훨씬 좋은 조건을 갖춘 오사카를 택했다.
우선 국적 항공기로 인천을 거칠 경우 12시간 비행에 항공료가 118만원을 웃돌았지만 오사카는 비행 11시간5분, 비용도 97만원선에 불과했다.
인천국제공항이 개항(29일)도 하기전에 '왕따'를 당하고 있다. 특히 영ㆍ호남 지역에서는 벌써부터 '인천국제공항보다 일본을 경유해 해외여행을 하는 게 낫다'는 기피인식이 뿌리내리고 있다.
■ 인천공항은 너무 불편
27일 부산 등지 여행업계에 따르면 영ㆍ호남 주민들이 해외로 나가기 위해 인천공항을 이용할 경우 김포공항을 이용할 때보다 2∼3시간이 더 걸리고 비용도 훨씬 많이 든다.
특히 대구와 광주에서는 인천공항까지 가는 직항로가 아예 없고 부산의 경우도 하루 57편(김포공항)에서 3편으로 줄어 이동에 큰 불편을 겪어야 한다.
이에 따라 김해공항 등에 기항하는 일본 국적 항공기로 오사카나 도쿄(東京)를 경유해 유럽과 미주, 동남아 등지로 떠나려는 사람들이 부쩍 늘고 있다. 실제 일본항공(JAL)의 4월 중 도쿄와 오사카 노선 예약률은 평균 90%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13%포인트 높아졌다.
여행사 관계자는 "LA를 왕복할 경우 김해공항에서 일본을 경유해 가는 게 인천공항을 이용할 때보다 40만원 정도 싼데다 일본 항공사의 서비스가 월등히 나아 관광객들이 선호한다"고 말했다.
■ 지방공항 연결 관광지 인기
부산에서 출발하는 일본과 중국, 태국 등 항공노선의 4월 예약률이 예년보다 20%포인트 이상 높아지는 등 지방공항에서 직접 갈 수 있는 지역으로 관광객이 대거 몰리고 있다.
인천공항까지 직항로가 없는 대구ㆍ경북과 광주 지역에서도 경유지로 인천보다 김해공항을 선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지역에서 인기를 모았던 괌이나 사이판 노선의 여행객이 크게 줄어든 대신 부산 직항 동남아 노선의 예약률은 30%이상 늘고 있다. 항공사들도 이 같은 추세에 맞춰 직항노선 운항횟수를 늘리고 있어 이 같은 현상은 앞으로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최근 대구지역 모 일간지에는 '전일정 부산출발_부산도착' 이라는 문구가 들어간 여행 광고가 실리기도 했다.
이같은 여행행태 변화에 따라 외화낭비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부산 직항 동남아행 항공편 상당수가 외국 국적 항공기인데다, 김해공항을 통하는 유럽 여행객들은 대부분 오사카 등을 통해 외국 국적 항공기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행사 관계자들은 "지방공항과 인천공항을 연결하는 항공편 신ㆍ증설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sjpark@hk.co.kr
유명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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