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ㆍ외교는 합격, 경제는 숙제.' 26일로 당선 1주년을 맞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성적표다.푸틴 대통령은 그간 '강한 러시아'를 내걸고 러시아 국민의 실추된 자존심을 일으켜 세우는 데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국내 정치로는 중앙 정부의 권한 강화로 보리스 옐친 전 정부의 혼란을 극복했고, 외교에서도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어(NMD)체체에 대한 유럽 및 중동 국가들과의 공동 대응 등을 통한 입지 회복에 어느정도 성공했다.
이 같은 평가는 지지도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기관 로미르가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푸틴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59.6%였으며, 지난 1년 동안 부정적 인상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고 응답한 사람이 25%에 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푸틴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인 경제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석유수출 대국인 러시아는 지난해 고유가 덕분에 경제성장률이 7.7%에 이르고, 외화보유고도 전년도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300억 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올해의 러시아 경제전망에는 암운이 드리워지고 있다. 미하일 카시야노프 총리가 제시했던 물가인상률 12~14%선 억제 등 올해 경제 목표치는 1~2월의 상황만으로도 달성이 어렵다. 2월의 광공업생산증가율은 지난해 동기에 비해 오히려 0.2% 후퇴했고, 1~2월의 인플레율은 이미 올해 목표치의 절반에 가까운 5%를 넘어섰다
이는 지난해 4~5%포인트에 달한 고유가로 인한 성장효과가 올초의 원유가 하락으로 무너진 데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근본 원인은 경제 개혁정책 미비 때문으로 지적된다.
푸틴 대통령은 소련 시절의 중앙계획경제와 완전 시장경제 사이의 어중간한 상태에 놓인 러시아 경제의 전면적인 개혁을 아직 단행하지 못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모스크바 대표부는 "지난해 경기부양기에 금융 및 경제구조조정을 실행하지 않아 경제개혁의 시기를 놓쳤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더욱이 체무불이행을 선언했던 1998년에 한시적으로 도입했던 외환매각의무제가 지난해말로 기한이 끝나 외환보유고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올해만 30억달러에 달하는 서방 채무국 모임인 파리클럽에 대한 채무상환 압박도 큰 부담이다. 푸틴 대통령의 성공여부는 경제에서도 강력한 개혁 추진력을 보일지에 달려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전망이다.
권혁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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