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녘의 대중음식이 바뀌고 있다. 자연히 주민들의 입맛도 달라지고 있다. 10년 이상 이어지고 있는 식량난으로 대용 식품들이 꾸준히 개발ㆍ보급되면서 다소 생소한 먹거리들이 북녘 식단을 차지해가고 있다.탈북자들은 "남측 주민들이 북한에 가보면 가장 놀랄 일은 아마도 음식일 것"이라고 얘기할 정도다. 열대메기, 토끼 불고기, 타조고기, 산천어 매운탕, 숭어탕 등은 봄을 맞아 입맛을 잃고 있는 남한 주민들에게는 별미가 될 듯도 하다.
최근 북한 방송은 평양 시내 열대메기 소비량이 1톤에 달한다고 전했다. 북한 전역으로 보면 수톤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집트 원산의 열대메기는 성장 속도가 1달에 10~12㎝에 이르며 잡식성이어서 사료 주기도 용이하다. 단백질이 부족한 주민들에게 안성맞춤의 식품인 셈이다.
전국 200여개 양식장에서 제공되는 열대메기는 찜, 탕, 국, 전 등 60여종의 음식으로 요리되며, 기존 메기보다 살이 연하고 비린내가 나지 않아 인기가 높다.
사료 부족으로 염소 토끼 등 초식동물 사육을 권장하다 보니 이들 고기들이 대중음식으로 자리잡았다. 토끼고기는 뼈를 뺀 살점을 양념으로 버무려 불고기처럼 요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토끼고기 맛을 잊지 못해 토끼요리 전문점을 낸 탈북자 이애란씨는 "남한에서도 토끼고기를 먹는다지만 북한에서처럼 대중화하지 않은 것 같다"면서 "북한 주민들에게 토끼요리는 간에 좋은 영양식"이라고 말했다.
최근 북한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음식은 단연 타조고기다. 소 등심에 비교될 만큼 맛이 좋고, 고단백에 저콜레스테롤 건강식품인 타조고기는 올 초부터 청류관 옥류관 평양면옥 련못각 등 평양 시내 주요 음식점에서 일제히 선보이고 있다.
북한 당국이 타조 사육에 힘쓰는 것은 산간지대의 쓸모없는 초지를 이용할 수 있고, 타조가 병에 잘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백두산 인근의 양강도에서는 고혈압 치료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산천어 요리(마리당 북한돈 25원)가 고급요리로 자리잡고 있다.
평양 숭어국은 예나 지금이나 북한 주민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숭어국 조리법은 숭어를 깨끗이 손질해 물기를 없애고 뼈를 발라낸 다음, 돌가마에 냉수를 넉넉히 붓고 숭어를 끓이다가 후추알을 천에 싸서 넣으면 된다. 이후 후추알을 건져내고 간을 맞춘다.
북한은 또 올 연말부터는 영국 어셔 양조회사 생산설비를 들여와 영국식 생맥주를 주민들에게 제공할 예정이어서 음주 풍속도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식량난 해소에 크게 기여한 감자의 경우 남측에서 상상도 못할 만큼 많은 요리로 개발되어 있다.
감자, 홍당무, 파, 삶은 돼지고기, 쌀 등을 버무려 만드는 감자줴기밥, 단묵과 감자를 섞어 포도 모양으로 만든 감자단묵, 물고기 형태로 쪄낸 감자단찜, 실타래 모양을 본딴 감자타래빵 등 애용식으로 자리잡았다.
감자가 많이 재배되다 보니 감자를 이용한 질환 치료법까지 소개되고 있다. 북한 중앙TV는 습진이 생겼거나 피부가 갈라졌을 때 감자즙으로 바르고, 메스꺼움이 생길 때에는 감자죽에 생강즙을 타서 복용하라는 교양물을 내보내기도 했다.
한편 북한의 먹거리 메뉴는 최근 등장하고 있는 '개인식당'으로 인해 더욱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
원칙적으로 개인 식당은 불법이지만 장마당(농민시장)을 중심으로 개인 식당들이 우후죽순으로 늘고 있다. 개인식당들은 지역 특산 음식은 물론 개장국, 국밥, 불고기, 농주들을 메뉴로 내놓고 있다.
이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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