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정상들이 24일 의장국인 스웨덴의 외란 페르손 총리의 북한 방문을 결정한 것은 EU 차원에서 북한을 인정한 것이며, 앞으로 한반도 문제에 발언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EU 정상회담에서 이같이 한반도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진 것은 이례적인 일이며, 의장 방북 등 한반도 관련 특정 사안에 대해 합의가 이뤄진 것도 드문 일이다. 페르손 총리 일행의 방북은 서방 국가 지도자로서는 처음이다.
EU의 이 같은 결정은 물론, 지난해 초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15개 회원국 가운데 프랑스와 아일랜드를 제외한 13개국이 북한과 수교를 맺음으로써 무르익은 화해 분위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EU의 대북 접근은 기본적으로 동아시아 지역에 대한 경제적 관심 때문이다. EU 국가들은 시베리아횡단철도(TSR)에 연결되는 북한의 경원ㆍ경의선을 통해 일본과 한국 등 동아시아 시장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고, 중국이나 베트남 보다 값 싸고 질 높은 북한의 노동력과 풍부한 지하자원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
EU는 지난 2월 경제협력 대표단을 북한에 파견ㆍ경제협력을 위한 기초조사활동을 벌였다. 반면 북한으로서는 외교적 고립을 탈피하고 국제사회에 편입되기 위해 국제 정치, 경제에서 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 EU와 접촉할 필요성이 대북 강경노선을 취하고 있는 미국의 조지 W 부시 행정부 출범으로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그러나 EU와 북한의 접촉은 양측 경제관계 뿐만 아니라 부시 행정부 출범이후 냉각된 북미관계 등 한반도 주변정세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안나 린드 스웨덴 외무부 장관은 23일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북한에 대해 과거와 다른 정책을 구사하고 있으며 이는 EU가 개입해야 할 때가 왔음을 의미한다"고 말해 한반도 문제에 관여할 의지를 분명히 했다.
페르손 총리 일행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회담에서 미사일, 인권 등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여기에서 성과가 있을 경우 미국의 대북 정책에도 일정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이번 방북 결정에는 얼마 전까지 북한이 유럽에 대사관을 설치하고 있는 유일한 국가였던 스웨덴의 의지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남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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