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가요프로그램 공개방송 현장에 가는 대학생 김모(23ㆍ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씨는 인기가수가 나오는 날은 오히려 짜증이 난다. 그 가수의 차례가 끝나면 팬들이 마치 유세장에서 동원된 청중이 빠져나가듯 가수를 따라 몰려나가는 바람에, 공연장이 썰렁해지기 때문이다.얼마 전에는 댄스그룹 A의 팬과 경비원 사이에 한바탕 실랑이가 벌어졌다. 경비원 이모(50)씨는 "분위기가 엉망이 되기 때문에 못 나가게 막아 보지만 아이들이 울고, 기절하고 할 때는 난처해진다"고 한다. 그래서 인기가수의 경우 대개 마지막에 순서를 배치하지만 두 팀 이상이 출연할 때는 제작진도 순서배치에 골머리를 앓는다.
가수 B씨는 청중의 뒤통수에 대고 노래를 부른 씁쓸한 기억이 있다. 인기 댄스그룹 C가 노래를 부른 후 객석 뒤쪽의 스튜디오로 올라가자 팬들이 온통 뒤만 돌아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요즘은 대형 팬클럽 없는 가수는 무대에 올라갈 맛도 안 난다"고 하소연한다.
"좋아하는 가수만 봤으면 됐지 더 남아 있을 필요가 있느냐"는 식의 이기적 태도와 감정에 치우친 행동 때문에 가요프로그램 방송현장은 운동회장처럼 소란스럽고 거칠어졌다.
방청객 김씨는 "20대 이상은 발붙이기도 힘들도록 몇몇 팬클럽의 전용 놀이터가 되어가는 느낌"이라고 꼬집는다.
양은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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