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및 기업에 대해 신용관리를 강화하는 새로운 제도가 4월부터 실시됨에 따라 벌써부터 '신용 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신용도의 높낮이에 따라 귀빈 대접을 받거나 퇴출로 내몰리는 '엄격한 신용 시대'가 열리면 신용불량자들이 설 곳은 거의 없어진다.■ 신용불량자 최소 20만명 폭증
금융계는 4월1일부터 개인들에 대해 강화된 신용불량 등록기준이 적용되면 신용불량자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연체금액별로 3~6개월 연체시 주의, 황색, 적색거래처로 나눠 신용불량자를 등록했지만, 새 제도는 금액과 관계없이 3개월 이상 연체하면 무조건 신용불량자로 등록하게 된다.
한국기업평가 분석에 따르면 25일 현재 신용불량자 수는 무려 243만여명. 시중은행 관계자는 "새로운 기준이 적용될 경우 최소 20만~30만명의 신용불량자가 추가로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4월부터는 연대보증을 서는 경우에도 모든 자료가 은행연합회 공동전산망에 올라간다.
능력을 넘어 보증을 섰을 경우 본인이 신용대출을 받거나 추가 보증을 설 수 없게 된다. 국세청도 세금 체납자에 대한 신용불량 등록 기준을 강화, 역시 4월부터 500만원(기존 1,000만원) 이상 세금을 체납하면 은행연합회에 통보해 신용불량자로 등재한다.
반면 신용이 우수한 고객들은 더욱 많은 혜택을 보게된다. 개인신용정보 제공업체들은 '신용우량자' 정보를 별도로 제공해 금리 및 대출한도 등에서 각종 우대를 받도록 할 방침이고, 은행들은 'VIP'고객에 대한 특화서비스 및 개인신용등급에 따른 금리 차별화를 점차 강화하고 있다.
■ 우량-비우량 기업 격차 확대
4월부터는 신용도에 따른 기업간 격차도 더욱 커진다. 각 은행들은 이달 말까지 기존 담보대출 위주 관행을 탈피해 우량기업에 대해서는 신용대출을 의무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기업 신용대출 확대방안'을 금융감독원에 제출해야 한다.
10단계 신용등급 중 5등급 이상 업체에 대해서는 모든 대출을 신용으로 해주되, 분식회계나 재무구조 취약 등 문제점이 드러난 기업에 대해서는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고 주기적으로 신용상태를 점검한다는 내용이 그것.
회사채 시장에서도 기업들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전체 회사채 시장에서 'BB'등급 이하 투기등급 기업의 무보증 회사채 발행 비중은 1998년 22%, 99년 36%에서 지난해 14%로 떨어졌고 올해는 2월말까지 아예 한 건도 발행하지 못했다. 우량-비우량 회사채간 금리 격차도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A+'회사채와 'BBB-'회사채간 수익률 격차는 99년 상반기 1.76%포인트에서 지난해 하반기 2.65%포인트로 대폭 확대됐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신용관리를 강화하면 당장은 부작용이 생기고 혼란을 초래할 수 있지만 신용 사회를 앞당기려면 같은 과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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