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화(35)가 특유의 카리스마를 드러내며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아역 부분이 끝나고 전인화 강수연 이덕화 등 성인 연기자들이 본격적으로 투입된 SBS 월화 대하사극 '여인 천하' 에서 정난정(강수연)의 막강한 후원자이자 중종의 세번째 부인 문정왕후 역을 맡은 그는 3년만의 브라운관 복귀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원숙하게 배역을 소화해 베테랑 사극 연기자라는 말이 허언이 아님을 증명해주고 있다.
전인화가 "그동안 상감의 품안에서 베갯머리 송사나 벌이고 상감 옥체의 기만 축내는 것에만 머리를 썼느냐" 며 후궁인 경빈 박씨(도지원).
희빈 홍씨(김민희), 창빈 안씨(최정원)를 매섭게 훈계하는 장면에선 섬뜩함 마저 느껴진다. 이런 그를 보고 딸 서현(11)은 "엄마의 연기는 잘 하지만 무섭다" 고 말하고, 남편 유동근은 "현대극 보다는 사극에 적격인 연기자" 라고 칭찬한다.
"아이들 뒷바라지와 가사 때문에 3년 동안 쉬어서 긴장했어요. 김재형 PD, 카메라 감독 등 스태프와 여러번 작업을 해서 이번에도 편하게 연기를 해요."
한국 전형적인 미인이라는 전인화가 이처럼 카리스마가 배어있는 문정왕후 역을 자연스럽게 소화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장희빈' 등 10여편의 사극 출연을 통해 사극 연기를 체질화한데다 극본을 수 십번 읽으며 배역에 맞는 분위기를 연출하는 남다른 노력이 있기 때문이다.
"젊은 연기자들이 장시간 걸리는 분장이나 긴 대사, 다면적인 표정연기가 필요한 사극 출연을 싫어하지만 연기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고 편해 사극에 많이 출연해요. 사극 전문 배우라는 말을 들을 때 더없이 기분이 좋아요."
2월 경복궁과 최근 탄현 SBS 스튜디오에서 만난 전인화는 인터뷰를 하다가도 촬영에 들어가기만 하면 금새 완벽한 문정왕후로 몰입한다.
빼어난 미모에 현모양처형 분위기가 물씬 풍겨 남성들로부터 이상적인 아내형으로 꼽히는 전인화는 "연기자이기 전에 두 아이의 엄마, 한 남편의 아내입니다. 훌륭한 연기자라는 말보다는 좋은 엄마, 아내라는 말을 더 듣고 싶습니다" 고 했다.
당분간 후궁들과 기싸움을 벌이게 될 전인화는 "앞으로 시청자로부터 문정왕후가 정말 무섭다는 말을 자주 듣도록 노력하겠다" 며 모처럼 큰 소리를 내며 웃는다. 그의 농익은 사극 연기가 '여인천하'의 보는 또 하나의 재미가 될 것이 분명하다.
배국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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