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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제1회 남녀고용평등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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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제1회 남녀고용평등대상

입력
2001.03.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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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 삼성전자㈜국내 기업 중 최초로 개설된 여성상담소가 체계적으로 남녀고용평등을 실현해나가고 있는 점이 단연 돋보였다.

여성상담소는 최근 삼성전자의 여성 사원 109명이 일제히 과장으로 승진한 데에도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올해초 설립 직후부터 여직원들을 대상으로 승진문제에 대한 기획상담을 벌여 모아진 의견을 경영진에게 적극적으로 개진했기 때문이다. 여사원들의 숙원을 상당부분 해결해낸 덕분에 상담소는 설립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사내에서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었다.

상담소는 여직원들의 모든 고충을 들어주고 해결해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전에도 사내에서 성차별과 성희롱 등에 대한 각종 교육프로그램이 있었지만 말 그대로 교육으로만 끝났지 결과가 없었다.

그러나 상담소는 성희롱 등의 사례가 접수되면 즉각 조사팀을 구성,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가해자에 대해 파면 등 중징계를 내릴 권한을 갖고 있다. 삼성전자의 분위기는 완전히 일신됐다.

현재 상담소가 설치된 곳은 수원공장을 비롯, 서울 기흥 천안 온양 구미 등 8개사업장. 12명의 전문가가 항상 문을 열어 놓고 여직원을 기다리고 있다.

수원공장 상담소 담당 오윤경(35)과장은 "하루에 3~4건씩 상담이 꾸준히 이어진다"며 "성희롱과 성차별 문제는 물론 스트레스관리, 우울증, 불안증, 대인관계, 가정내 갈등 등 다양한 주제로 상담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입사한 뒤 남자직원과의 불화 등으로 회사생활에 적응을 하지 못하던 김모(22ㆍ여)씨도 상담소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열성 사원이 됐다.

상담소의 명성은 그룹 전체로 퍼져나가 삼성전기와 삼성SDI에서도 최근 노하우를 배워갔다. 이 회사의 또다른 자랑거리는 1995년부터 채용 때부터 성차별 요소를 완전히 없앴다는 것.

입사지원서에까지 평가자가 지원자의 성별을 파악할 수 없도록 사진을 붙이지 않게 했고, 남녀표시를 하는 고정란도 없앴다.

한창만기자

cmhan@hk.co.kr

■우수상

▽㈜대구은행

1993년 7월 대구 대백프라자 출장소장에 여성인 배정순(당시 46세)씨를 임용, 지방은행 최초의 여성점포장을 탄생시켰다. 배씨는 97년 지방은행 최초의 여성지점장으로 승진, 여행원들의 우상이 됐다. 지난해 9월에는 성계순(42)씨가 강촌지점장으로 발령받았다.

지점장은 과장급 이상이 맡는 직책이어서 대리급인 성씨를 발탁한 것이 은행가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두사람의 개가는 이 은행이 두터운 여성간부층을 형성하기 위해 수년간 꾸준히 노력해온 성과물이다. 덕분에 98년 2.3%였던 관리직급 여성의 비율은 지난해말 2.8%로 올라갔다.

과장급에는 여성이 24%, 계장급은 26%나 된다. 전직원 중 여성이 31%인 것을 감안하면 하급관리직에서는 이미 남녀고용평등이 거의 달성된 셈이다.

여직원들이 남성의 전유분야로 일컬어 졌던 여신 외환 당좌업무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고 있는 점도 고무적이다.

성 지점장은 "은행에 성차별없는 승진관행이 정착되면서 여직원들의 업무태도가 적극적으로 바뀌었다"며 "10년 이내에 여성행장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전준호기자 jhjun@hk.co.kr

▽일신기독병원

1952년 9월 호주 선교회의 매킨지 자매가 설립한 부산 일신기독병원에선 '남녀평등'이란 구호성 단어가 오히려 어색하게 들린다. 여성전문병원이다 보니 전 직원의 88%가 여성이기 때문이다.

특히 채용면접관 6명 중 3명, 행정직 과장 5명 중 3명, 주임급 127명 중 105명이 여성이어서 '여성이 좌지우지하는 병원'이라는 세인의 수식어가 부끄럽지 않다.

이 병원의 여성직원 가운데 50%가 주부라는 점은 더욱 의미가 있다. '결혼=퇴직'이라는 등식이 받아들여질 만큼 기혼여성을 홀대하는 타 병원들과는 달리 장기근속 고참간호사를 포상하는 등 오래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정착돼 있다. 지난해 순수퇴직자 72명 중 기혼여성은 12명에 불과했다

최근 이 병원은 YWCA YMCA 등 지역사회단체와 함께 '딸사랑운동'을 펼치고 있다. 딸만 낳은 어머니에게는 출산과정을 담은 앨범을 무료로 지급하기도 한다. 병원측은 이렇게 모아진 사진과 얘기들을 멀지않아 한권의 책으로 엮어 출간할 예정이다.

박세영(45) 원무과장은 "병원에서 여성에게 많은 배려를 하기 때문에 남자사원들이 '남성차별'이라는 농담을 한다"며 "다른 병원에도 이 같은 분위기가 정착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부산=김창배기자

kimcb@hk.co.kr

▽한국도자기㈜

충북 청주시 흥덕구 송정동 한국도자기㈜에는 회사안에 무료 보육시설이 있다. 주부 사원들은 어린 자녀와 함께 통근버스을 타고 회사에 나와 보육시설인 '성종어린이집'에 자녀를 맡긴다.

안심하고 근무를 마친 사원들은 자녀와 함께 이야기꽃을 피우며 집으로 돌아간다. 야근이나 잔업을 하는 경우에는 보육교사들도 함께 근무하며 별도 교육 프로그램에 따라 밤 늦게까지 아이를 돌봐준다.

성종어린이집은 1994년 3월 국내 최초의 직장내 보육시설로 탄생했다. 이제는 수영장, 공연장까지 갖춘 초일류교육시설로 발돋움했다.

10명의 보육교사가 만 26개월부터 취학전의 아동 100여명을 4개반으로 나눠 돌보고 있고, 아이들의 식사와 건강상태를 체크하는 '간모'도 따로 있다. 다른 기업체의 보육시설은 대부분 직원으로부터 교육비를 받고 있지만 이곳은 전액 무료다.

회사측은 성종어린이집 1회 졸업생이 올해 중학교에 입학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연말께 어머니 사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동창회를 개최할 생각이다.

이 회사 김해윤 부사장은 "직장보육시설 때문에 지역 대학 및 고교의 여학생들이 우리 회사를 가장 가고 싶은 직장으로 꼽고 있다"며 자랑을 아끼지 않았다.

청주=한덕동기자

ddhan@hk.co.kr

▽한국존슨㈜

남녀평등에 관한한 세계적 명성을 가진 모기업의 방침에 따라 직장내 성희롱을 방지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특색이다.

1997년 성희롱방지규정을 제정해 사내 성희롱문제를 전담하는 고충처리기구를 설치했다. 특히 이 기구의 위원장을 여성 중역인 양혜영(43) 이사가 맡고 있어 여사원들을 목소리를 가감없이 대변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1년에 1차례 실시하는 법정 성희롱 예방교육 이외에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오리엔테이션 과정에서 성희롱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 사내간행물에도 정기적으로 성희롱을 주제로 한 각종 글들을 싣는다.

특히 승진 부분에서 남녀간의 차별이 없도록 신경을 쓰고 있는 것도 미국 본사와 전혀 다르지 않다.

성희롱 고충처리기구를 이끄는 양 이사는 인사도 총괄하고 있기 때문이다. 100% 성과주의 인사제도를 도입한 것도 여사원들에게는 큰 힘이 된다. 여성이기 때문에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최소한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이런 노력 때문에 대리 이상 관리직 가운데 여성의 비율은 99년 17%에서 지난해 33%로 급증했다. 주부사원들이 집안일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배려하고 있는 점도 평가할만 하다. 하루 8시간 근무만 하면 출ㆍ퇴근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탄력적 근무시간제는 주부사원에게 특히 유용하다.

이은호기자

leeeunho@hk.co.kr

■심사위원장 이경숙 심사평

21세기는 여성의 시대라고 한다. 당연히 그 출발점은 여성근로자에 대한 평등한 대우다. 채용 배치 승진 등에서 남성과 차별을 두지 않을 뿐아니라, 각종 모성보호조치 등을 통해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문제는 우리나라 기업 가운데 상당수가 이런 기본적인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남녀고용평등대상 첫 수상의 영예를 안은 삼성전자㈜ 등 5개기업은 이런 한국적 현실에서 탈피해 있었다. 선진국에서나 볼 수 있는 남녀고용평등 프로그램과 제도를 마련하고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수상 기업들이 남녀공용평등을 위한 노력을 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추진해왔다는 점이다. 21세기에 경쟁력 있는 기업이 되려면 남녀를 불문하고 가장 능력있는 인력을 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철학을 선정 기업들에서 감지할 수 있었다.

다만 아쉬웠던 것은 중소기업 등을 중심으로 남녀고용평등 우수기업을 충분히 발굴하는데 어려운 점이 있다는 점이다. 또 남녀고용평등이라는 관점에서는 우수한 기업일지라도 다른 분야에서까지 모두 완벽할 수는 없었다는 사실이다.

또 한가지 덧붙일 것은 주최측이 겉만 번지르르한 기업이 아닌 실제로 남녀고용평등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들을 선정하기 위해 만전을 기했다는 점이다.

1차로 지방노동관서 등에서 예비심사를 하고 여기서 선정된 15개 후보기업을 대상으로 다시 서류심사 예비평가 현지조사 실무위원회를 거친 뒤 심사위원회에서 최종 확정하는 다단계의 엄정한 절차를 거쳤다.

이 상이 남녀고용평등의 물결을 다른 기업들로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면서 수상한 기업들에 축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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