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나는 동창회 장학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번 학기 등록금 전액 면제.유학생에게는 큰 도움이 되는 것이다.그런데 실은 지난 학기도 한일문화협회라는 재단에서 연간 200만원정도 장학금을 받았다.
이를 안 학교측에서 이번에 동창회 장학금 받으면 올해는 한일문화협회 장학금을 신청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서울대의 경우 장학금이중 수혜가 가능하다는 교칙은 있으나, 수혜자 확대를 위해 실제로는 이중수혜가 금지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외국에서 공부하는 한국 유학생들도 그랬겠지만 한국에 와 있는 유학생들
의 가장 큰 어려움은 역시 재정 문제다. 우선 장학금이 너무 적다. 외국인 유학생을 주요 대상으로 하는 장학금은 한국 정부와 한국재단(Korea Foundation) 장학금 뿐이다.
게다가 한국정부 장학금은 유학생이 출신국에서 시험을 봐야만 받을 수 있으니 한국에 살면서 어학 연수를 마치고 대학교나 대학원에 진학하려는 유학생들은 사실상 대상에서 제외된다.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우수한 외국인들이 한국정부 장학금을 얻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사립대에 다니는 유학생의 경우는 상황이 더 어려워 등록금의 일부만 면제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 절실한 문제는 한국의 경우 외국인 유학생에게 아르바이트가 완전히 금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1998년 9월 한ㆍ일 이중과세방지협약을 개정할 때 일본에서 유학생활을 하고 있는 한국인 유학생의 아르바이트 비과세 한도를 1만 8,000달러에서 2만 달러까지 인상해 주었다.
또 유학생에게 일주일에 28시간까지 아르바이트가 허용하고 있다. 일본에 유학한 적이 있는 한국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면 오히려 학교에서 배운 것보다 아르바이트를 통해 일본에 대한 이해를 깊이있게 할 수 있다고 한다.
나는 97년 연세대 어학당에서 어학연수를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계속 한국에서 유학생활을 하고 있는 외국인 친구들은 거의 없다. 경제적인 문제 때문이다.
어학연수는 마쳤는데 대학교에 가고 싶지만 돈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귀국해야 된다고 말하는 유학생이 많았다.
장래의 한국의 민간외교관이 될 귀중한 외국인 젊은이들이 한국을 깊이있게 이해하기 전에 귀국하는 것은 한국에게는 큰 손실이 아닌가.
당장 한국에 있는 유학생들은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공부도 못한다. 식비나 교통비는 싼 편이지만 전세계적으로 보면 한국은 물가가 싼 편도 아니다.
한국 정부나 학교 등 교육계가 재정적인 문제로 장학금 증액을 할 수 없다면 교내 외 장학금의 이중수혜를 허용하거나 및 일정 시간 내의 아르바이트를 허용하는 등 유학생에 대한 탄력적인 정책도 필요하지않을까.
유학생의 활용에 대해 생각해 봤는데, 아직도 명동 등의 관광명소를 다니면 안내서와 간판 등에 잘못된 일어 표기가 수두룩하다.
내 경험으로는 한국보다 오히려 미국이나 독일 등 지리적으로 먼 나라의 관광 가이드북에 써 있는 일어가 정확했다.
현지에 살고 있는 일본인들이 직접 쓰거나 최종 점검을 하고 있기 때문에다. 이런 분야에 외국인 유학생의 인재를 도입하면 어떨까.
물론 유학생에게 아르바이트를 허용하면 국내 노동시장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목소리가 있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나 아르바이트를 허용해 유학생에게 재정적인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면 유학생들이 한국사회의 진상을 파악하는 좋은 기회가 될 뿐더러, 관광사업이나 번역 통역 분야에는 질이 한 단계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후카노 쇼이치·서울대 국제대학원 한국학 전공 NHK 제1 라디오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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