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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숭호가 만난 사람] 자동절수수도꼭지 특허받은 박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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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숭호가 만난 사람] 자동절수수도꼭지 특허받은 박연수

입력
2001.03.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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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보통 집에서 정말 필요한 양의 서른 배나 되는 물을 사용하고 있다. 또 목욕탕에서는 집에서 사용하는 물의 서른 배를 낭비하고 있다.' 청주에 사는 박연수(朴連洙ㆍ61)씨는 이렇게 말했다. 세 배도 아닌 서른 배라니!초등학교 교감을 지내면서 자동절수수도꼭지를 개발,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에서도 특허를 얻은 그는 '제 9회 물의 날'이었던 지난 22일 기자와 만나 우리의 물 낭비 실태를 전하면서 물 아껴쓰기가 제대로 안 되는 이유를 밝혔다.

미리 밝히지만 그의 결론은 자신이 개발한 수도꼭지를 쓰면 지금보다 훨씬 작은 물로도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숭호가 만난 사람'을 시작하면서 특정 제품이나 특정 기업에 이득이 돌아갈 수 있는 글은 쓰지 않기로 마음먹었지만 그의 이야기는 쓰기로 했다.

기자가 목욕탕에서 샤워기를 틀어놓고 때를 밀거나 면도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 내 주머니에서 돈이 새는 것 같더라고 말하자 그는 그런 사람들이 없었으면 다목적 댐이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 않았을 거라고 말했다.

그는 물을 아껴쓰지 않는 사람을 '물강도'라고 불렀다.

"물을 낭비하는 사람에게 아껴씁시다라고 말하면 대부분이 내돈 내고 내가 쓰는데 무슨 상관이요라고 말하는데 그게 아니지요. 남이 쓸 수 있는 물을 함부로 써서 못 쓰게 하는 것이니 강도나 다름 없지요."

청주의 어느 초등학교 교사였던 그는 20년 전쯤 숙직을 하다 한밤중 학교 운동장 수도꼭지 수십 개에서 물이 흘러나오는 걸 보고 일일이 잠그었던 걸 계기로 물 아껴쓰기 운동을 시작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고지대 사람들은 여름이면 밤에 일어나 물을 받잖아요.

낮에는 저지대 사람들이 마구 써대니 밤중에 그 난리를 치는 건데 밤에도 저렇게 물이 마구 흘러 없어지니 이게 강도짓이구나 하는 생각이 나더군요." 그 자신 형편이 어려울 때 청주의 고지대 동네에서 살아봤던 경험이 있어서 고지대 주민이 겪어야 하는 물난리를 잘 알고 있던 터였다.

"그 때 숙직 날 이후부터 아이들에게 물의 소중함을 강조하면서 아껴쓰기를 당부했지요. 물론 열려있는 수도꼭지는 그냥 지나치지 않았어요.

이 학교 저 학교 옮겨 다니면서 내가 가르친 아이들은 물의 소중함을 잘 알 겁니다. 지금도 아마 실천하고 있는 아이들이 많을 거요."

'내게 필요한 것 이상으로 많이 쓰면 정말 필요한 사람이 쓸 수 있는 기회를 빼앗게 된다.

그러니 내가 아껴쓰면 남을 돕게 되는 것이다'는 가르침은 물에만 국한되지 않을 터, 수도꼭지에서 쏟아져 나와 바로 하수구로 흘러 들어가는 물을 보면서 아이들은 뭐든지 아끼는 것이 자신은 물론 남을 돕는 일이라는 걸 배웠을 게다.

물 사용량이 필요량의 서른 배나 된다는 그의 주장은 실측을 근거로 한 것이다. "아이들에게 물 아껴쓰기를 가르치다가 수도꼭지가 문제라는 생각을 하게 됐지요. 수도꼭지가 자동으로 열리고 잠거지면 낭비가 원천적으로 사라질 것이라는 생각이 듭디다."

이 생각을 바탕으로 그는 자동절수수도꼭지를 실험 삼아 하나 만들어 기존 수도꼭지와 물 사용량을 비교해보았다. 10년 전쯤이다.

그가 만들어본 수도꼭지는 손을 대면 물이 나오고 손을 떼면 멈추는 형식이다. "손을 씻는 걸 예로 들어봅시다.

기존 수도꼭지를 사용하면 수도꼭지를 연 후 손에 물을 적실 때까지, 비누칠을 하는 사이, 헹군 후 다시 꼭지를 잠그는 사이 등 세 번 낭비가 있습니다.

내가 만든 꼭지를 사용하면 이 세 번의 낭비가 없지요. 손을 대면 바로 물이 나오고, 손을 떼면 멈추니 말이요.

그런데 그 차이가 서른 배나 되더라고요. 믿을 수 없습니까? 물 쓰는 양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몇 차례 실험을 해보니까 평균이 그 정도예요.

양치질할 때는 쉰 배까지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었어요." 내친 김에 절수형 샤워기도 만들어보았다. 샤워기를 들면 물이 나오고 내려놓으면 안 나오는 형식이다. 실측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그 때만 해도 그는 자동절수수도꼭지를 상품화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 교장 승진이 눈 앞에 있었고, 가르치는 보람과 재미를 포기할 생각을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교직 생활 36년째였던 1996년 가을 그는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매일 신문에 수출이 안 된다는 기사가 날 때였지요.

무슨 계기였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정말 인류에 필요한 걸 만들어 수출을 하면 나라에 보탬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게 수도꼭지라는 결론이 나더군요."

그에 따르면 보통 한 가정에 있는 수도꼭지는 식구수의 두 배이며, 관공서 학교 병원 공원 등 공공시설의 수도꼭지를 합하면 한 국가에는 총인구수의 세 배 정도의 수도꼭지가 있다. 물 낭비를 걱정하지 않는 국가가 없으니 잘만하면 시장은 무한한 것처럼 보였다.

"교장이나 해보고 그만 두라"는 부인의 만류를 한쪽 귀로 흘리고 학교에서 나와 자동절수꼭지 개발에 본격 나섰다.

효율은 이미 입증됐으니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만 하면 되었다. 금형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교직 시절 만들어본 수도꼭지보다 훨씬 예쁘고 그럴싸한 물건을 제작해 몇 차례 시험을 한 후 96년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린 국제무역박람회에 출품했다.

우리나라와 정반대의 위치에 있는 칠레를 가장 먼저 찾은 건 외국에서 먼저 우수성을 인정 받아보자는 생각에서였다. 겨우 다섯 종류의 샘플을 가지고 박람회에 나섰지만 수입주문을 무려 500만 달러어치나 받았다.

독점수입권을 달라는 업체도 있었다. 첫 출품한 제품이 그런 대접을 받기는 드문 일이다. 하지만 공장이 없어 계약은 하지 못했다.

그는 칠레에 이어 일본과 중국의 건자재전시회에도 잇달아 출품, 우수한 제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외국업체들이 반한 건 물절약효과가 뛰어난데도 제품가격은 기존 수도꼭지와 같다는 점이었다.

세 차례의 외국 전시회에서 자신감을 얻은 그는 퇴직금과 산업자원부에서 지원 받은 기술개발기금 등 3억5,000만원으로 공장을 만들어 아파트 욕실용과 주방용, 학교 등 공공시설용, 대중목욕탕용 등 10여 종류의 자동절수수도꼭지를 생산할 채비를 갖추었다.

"알게 모르게 소문이 났던지 몇 군데 학교가 운동장 수도꼭지를 내 제품으로 바꾸었지요. 군 부대도 몇 곳에서 가져갔고요, 수자원공사는 본사 건물 수도꼭지를 전부 내 걸로 바꾸었답니다.

서울시청도 화장실문화개선운동을 하면서 새로 짓는 화장실에는 자동절수꼭지를 단다고 합니다. 그런데 신기한 건 처음엔 긴가민가하면서 다들 5~6개만 가져갔다가 한 달만 지나면 50개씩 가져가요. 물 사용량이 줄어드는 게 눈에 보였던 거지요."

그러나 그는 아직 큰 돈은 못 만지고 있다. 원래 돈을 벌 생각도 없었거니와 대량생산에 응하자니 운영자금이 그만큼 있어야 하는데 아직 그만큼 돈을 만들지 못한 것이다.

"이거 한 5억원만 더 있으면 버젓한 공장을 만들어 주문 들어오는 만큼 물건을 만들어 수출도 할 텐데 그 5억 만들기가 쉽지 않네요."

_돈 벌어 뭐 하시려고요?

"아, 아직 할 일이 많아요. 수도꼭지를 만들다 보니 에너지를 아끼는 방법도 생각났어요.

그것도 제품화가 가능할 것 같아요. 그것만 만들면 나는 애국 다 하는 거예요.

연금만으로도 집사람과 먹고 살 수 있는데 무슨 영화를 더 누리겠다고 돈에 욕심을 내겠어요?" 그가 한 말을 그대로 전한 것이다.

"특허만 60여가지 절수꼭지에 제일 애착"

그가 만든 자동절수수도꼭지는 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수도꼭지 아래에 작은 레버(지렛대)를 달아 레버를 밀면 물이 나오고 손을 떼면 물이 멈추는 것이다. 센서라고 불리는 전자감응장치 같은 복잡한 부품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그는 이 원리를 이용해 들면 물이 나오고 내려놓으면 멈추는 샤워기도 개발했으며 양동이에 물이 가득차면 자동으로 멈추는 수도꼭지도 만들었다.

그는 수도꼭지 외에도 많은 특허를 가지고 있다. 사범학교 재학 때 만들어본 타원제도용 컴퍼스를 시작으로 예순 가지 정도 특허를 얻었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도 발명반 같은 걸 만들어 지도, 전국대회 입상도 자주 했다.

그는 자석이 없는 자석칠판도 만들었다. "자석칠판이 필요한데 값이 비싸 필요한 만큼 장만하지 못하는 학교가 많아서 궁리 끝에 정전기를 이용하는 자석칠판을 만들었지요.

보급이 많이 됐습니다."

88년에는 프리즘원리를 이용해 빛이 통과하면 보석처럼 빛나는 보석조명등을 개발, 업계에서 돈이 될 것 같다는 말을 듣기도 했는데 교직이 좋아 직접 제품시장에 뛰어들지는 않았다.

그러는 사이 특허가 소멸돼 몇 해전부터는 기존업자들이 그의 아이디어를 이용해 보석조명등을 시장에 내놓고 있다. "조명등 시장이 수도꼭지 시장보다 더 크지요. 직접 만들었으면 큰 돈을 만졌을 겁니다."

요즘 그가 관심을 쏟는 건 지자력(地磁力)의 동력화이다. 나침반을 움직이는 지구의 자력을 동력화할 수 있다면 에너지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거라는 생각에서다.

이론적으로는 연구가 끝났다. 그에 따르면 지자력을 이용하면 에너지 보충 없이 어떤 물건도 크기에 관계없이 100년을 움직이게 할 수 있다. 그는 벌써 이 원리를 일부 이용해 혼자 자전 공전하는 지구본을 만들어 역시 특허를 받아놓았다.

그래도 가장 애착이 가는 발명은 자동절수수도꼭지다. "물은 생명의 근원 입니다. 쌀이 없으면 밀가루를 먹으면 된다지만 물은 대신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내가 만든 물건이어서가 아니라 정말 자동절수수도꼭지가 빨리 보급돼야 합니다. 지금 시중에 나와있는 수도꼭지 중 제 것보다 절수효과가 뛰어난 제품이 있다면 모르지만 말입니다."

편집국 부국장

so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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