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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시 난폭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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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시 난폭운전

입력
2001.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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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학생이 실험 대상이냐."올해 치러지는 대학입시 수능시험이 어렵게 출제될 것이라는 당국의 발표에 고3 교실에서 터져 나온 분노의 소리라고 한다.이 한마디처럼 교육정책의 문제점이 함축된 표현은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 고교생들은 마치 연못에 돌을 던지면 일어나는 파장에 허둥대는 개구리들의 모습 그대로다.

작년의 수능이 쉬워 말썽이 났으니 올해는 어렵게 해서 신뢰를 찾겠다는 생각은 결코 학생을 위한 자세가 아니다. 학생들 눈에 어른들의 심술로 비쳐지지 않을까 두렵다.

■이 정부가 개혁을 중시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교육문제, 특히 입시 개혁을 아침저녁으로 뒤바뀌는 증권시장 생리로 풀려 한다면 오히려 문제는 더 꼬이게 된다는 점을 알았으면 한다. 학생들이 부르짖듯이 고3생이 실험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배우는 학생들이 교육개혁의 수혜자여야지, 개혁의 피해자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작년에 아는 입시학원 원장을 만난 적이 있다. 수능이 쉽게 출제되어 온 사회가 떠들썩할 때였다.

"수능도 쉽게 출제되니 학원경영이 어려워지지 않겠느냐"고 물었더니, "걱정하지 말라"며 웃었다.

그의 대답은 "교육당국이 매년 입시정책과 요강을 이리저리 바꾸기 때문에 학원은 더욱 필요해진다"는 것이었다. 즉 입시환경의 변화에 대응 능력에서 학원 강사들의 비교우위가 뚜렷하기 때문이란다.

■입시지도에서 고등학교와 학원은 굴뚝산업과 벤처기업에 비유된다. 제도가 바뀌고 입시경향이 돌변할수록 입시에 생존을 건 학원은 모든 역량을 동원해서라도 환경변화에 적응할 수 있지만 고등학교 교사들은 그렇지 못하다.

이러니 학생이나 학부모가 방향을 새로 찾느라 함께 뛰지 않을 수 없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교육 개혁론자들의 난폭 운전에 구토를 일으킬 지경이다. 제발 몇 해라도 바꾸지 말고 일관성을 유지해 보자.

/김수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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