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식탁이 일본산 수산물에 점령당하고 있다. 2년전 한일 어업협정 체결이후 국내어업의 몰락으로 일본 수산물 수입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 심지어 대표적 명태산지인 강원 고성군 수협에서조차 일본산 명태가 팔리는 실정이다.◈ 국내산 생선이 없다
요즘 시중 대형할인점과 백화점 식품코너에서는 국내산 생선을 찾아보기 힘들다.
생태나 갈치 등은 90% 이상이 일본산. 이마트 관계자는 "일본산이 국산보다 20~30%나 싸고 보관상태나 품질도 좋아 주부들이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
서울 노량진수산시장도 마찬가지. 생태는 100% 일본산이고 갈치와 대구도 일본산 점유율이 30%에 달하는데다 최근에는 고등어까지 일본에서 대거 반입되고 있다. 활어도매업체인 영일수산은 "돔, 민어 등 고급어종도 3분의 1 이상이 일본산"이라고 전했다.
인터넷 수산물 도ㆍ소매업체인 '누드피시'와 '피시프리'관계자도 "생태는 100%, 갈치는 80%가 일본산"이라며 "국산은 주문을 받고도 물량을 못 구해 환불해 주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전했다.
이는 통계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1998년 86톤에 불과하던 대일 명태 수입량이 지난해는 1만1,814톤으로 무려 139배나 폭증했다. 같은 기간 갈치는 1,624톤에서 6,568톤으로, 활어 돔은 360톤에서 2,807만톤으로, 대구는 3톤에서 1,000톤으로 각각 급증했다.
◈ 어장 상실과 연안 수자원 고갈이 원인
일본산 수산물 수입급증은 남획에 따른 국내 연안 어족자원의 고갈도 원인이지만 무엇보다 99년 어업협정으로 홋카이도(北海島)와 쓰시마(對馬島)어장 등 일본수역 조업이 중단되면서 어획량이 급감한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지적된다.
국내 최대인 부산공동어시장의 어획유통량은 99년 33만톤에서 지난해 28만톤으로 줄어든 반면, 일본은 어업협정 이후 어획량 증가로 물량이 남아돌고 있는 것.
더구나 일본은 어업생산성이 높고 보관ㆍ운반비용도 적어 가격경쟁력도 충분하다. 대표적인 대중어종인 명태의 경우 어업협정 이후 홋카이도 수역 조업금지 등으로 인해 전체 유통물량의 95%가 일본과 러시아에서 수입된다.
전국어민총연합은 "중요수역을 모두 일본에 빼앗긴 게 어획량 급감의 가장 큰 원인"이라며 "정부가 어민지원특별법도 전혀 현실성이 없어 국내어업 몰락은 갈수록 가속화할 것"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
해양수산부는 이에 대해 "어업협정 초기의 불가피한 충격파"라며 "어업협정만 탓할 것이 아니라 어족자원 관리 등 장기 대책이 필요하다"는 '한가'한 입장. 그러나 전문가들은 시급히 '특단의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부경대 해양선업정책학부 박성쾌 교수는 "명분에만 집착한 어업협정으로 국내 어업은 속빈강정이 된 셈"이라며 "어민지원과 수출용 가공수산업 육성 등의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수산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일본은 치밀한 어족자원 관리와 발달한 조업ㆍ냉장보관기술, 어업협정 이후 실질적 어장확대로 생산량이 크게 늘고 있다"며 "국내 양식기술 선진화와 어장관리 등 본격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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