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성형수술 풍조가 만연하는 가운데 최근 서울 강남일대 병ㆍ의원에서 성형수술을 받다 숨지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20일 오후 8시10분께 서울 강남구 논현동 모의원에서 턱수술을 받은 김모(20ㆍ여ㆍ무직)씨가 갑자기 중태에 빠져 인근 종합병원으로 옮기던 중 숨졌다. 김씨는 전날 오전 11시부터 1시간30분간 성형외과 전문의 A(43)씨 집도로 턱뼈를 깎는 수술을 받은뒤 이날 회복실에 있던 중이었다.
김씨의 부모는 "딸아이가 마취가 풀린 뒤에도 계속 통증을 호소하다 급기야 호흡곤란까지 일으켰다"며 "이전에 다른 병을 앓은 적도 없는 건강한 아이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A씨는 "수술과정에 아무 잘못이 없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정밀 부검결과를 기다릴 뿐"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23일 "다량의 혈액이 기도에 들어가 응고, 호흡장애를 초래했다"는 국과수측의 1차 부검소견을 접수, A씨를 상대로 내출혈 방치 등 의료 과실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A씨의 과실이 드러나면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강남경찰서는 또 이날 코 성형수술 도중 환자 김모(33ㆍ여ㆍ학원강사)씨를 숨지게 한 이비인후과 전문의 B(41)씨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김씨는 지난해 10월6일 B씨가 운영하는 강남구 신사동 의원에서 코세우기 수술을 받던중 혈압이 급격하게 떨어져 숨졌다.
이밖에 최근 들어 강남 모정형외과에서 지방흡인술을 받던 환자가 수술 도중 숨졌으며, 모성형외과에서도 광대뼈 수술을 받은 20대 여성이 중태 끝에 사망했다.
한 성형외과 전문의는 "3~4년 전부터 성형수술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의료사고도 늘어나고 있다"면서 "턱수술 등은 생명과 직결된 고난도 수술인데도 불구, 경험이 부족한 의사들이 무리하게 집도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의는 "이비인후과나 정형외과 등 비전문 의료인들이 행하는 성형수술은 특히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성형수술의 메카로 불려지는 서울 강남일대에는 성형외과 170여개 등 300여 군데의 병ㆍ의원에서 성형수술이 행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 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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