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학년도 입시를 준비하는 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 '수능 모의고사'를 둘러싼 '대혼란'이 벌어지고 있다.교육인적자원부의 재학생 사설학원 모의고사 전면금지 방침에도 불구하고 일선 고교에서는 "어떻게든 모의고사를 치러야 한다"는 학부모ㆍ학생들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21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올해 수능 난이도를 상향 조정하겠다"고 발표한 직후부터 모의고사 요구는 불에 기름을 끼얹은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실제로 일부 고교에서는 23일 '비밀리에' 모의고사를 치렀고 일부 고교는 주말과 휴일에 학원을 빌려 시험을 치를 예정이다.
당초 23일 실시 예정이던 중앙교육진흥연구소 등 사설입시기관 주최 모의고사에 응시키로 한 고3 수험생은 30여만명.
하지만 교육부가 "학교에서 모의고사를 볼 경우 교장을 징계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서자 대다수 고교들이 신청을 취소했고 입시기관들도 "재학생 대상 모의고사는 취소한다"고 발표했었다.
교육당국은 대신 27일 서울시교육청을 시작으로 시ㆍ도 교육청이 주관하는 자체 모의고사를 실시, 수험생들의 모의고사 욕구를 충족시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이후 곧바로 평가원측이 21일 수능 난이도를 지난해보다 높이겠다고 발표하면서 '대혼란'이 시작됐다.
상당수 고교에서 '수능도 어려워진다는데 모의고사를 보지 않으면 우리만 손해' '난이도가 높아져 그렇지 않아도 고3이 재수생에 비해 불리한데 모의고사까지 못보게 해서는 안된다'는 '현실론'이 득세하기 시작했다.
모의고사에 응시하는 고교들의 행태는 천차만별이다. 서울 강남 S고는 학생들의 '조퇴'를 허용해 학원에서 재수생들과 함께 시험을 치르도록 했고, 서울 H고, 부산 B고, 광주 S고 등은 휴일인 25일 학원을 빌려 시험을 치르도록 할 방침이다.
입시기관의 한 관계자는 "당초 시험을 보기로 했던 재학생 가운데 20만명 이상은 어떤 식으로든 시험에 응시할 것"으로 내다봤다.
입시기관들은 동일한 모의고사를 서로 다른 날 볼 경우 문제지 유출 등을 막기 위해 시험 직후 시험지를 전량 회수하고 답안도 26일 공개하는 '시간차 시험'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일부 학교의 이러한 편법 모의고사 실시 사실이 알려지자 완전 취소를 선언했던 학교들은 학부모ㆍ학생의 집중 성토를 받기도 했다.
서울 K고 3학년 담임 최모 교사는 "다른 학교에서 학원 모의고사를 본다는 얘기가 있어 개인별로 알아서 신청하라고 했다"고 털어놓았다.
서울 강남 J고 한모 교사도 "교육청 주관으로 모의고사를 실시한다지만 문제 수준도 떨어지고 전체 석차를 알려주지 않아 학생들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
학부모 이모(40ㆍ여)씨는 "학교에서 모의고사가 취소돼 인터넷으로 모의고사를 보거나 학원에 가서라도 볼 수밖에 없어 오히려 돈이 더 든다"고 비난했다.
교육부측은 이에 대해 "학교 교육 정상화를 위해 교내 모의고사 금지는 불가피하다"며 "하지만 방과 후 개별적으로 모의고사를 보는 것이야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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