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측근들이 23일 마침내 김덕룡(金德龍) 의원, 이부영(李富榮) 부총재 등 이른바 비주류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그 동안 의도적인 '무대응'에도 불구하고 분란이 잦아들지 않는데다 비주류의 비판이 당과 이 총재를 위한 고언(苦言)의 차원을 넘어서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속내는 어떤지 몰라도 이 총재는 겉으로는 언짢은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
지난 주말에는 "이런 말, 저런 말이 나오는 것이 바로 민주 정당이라는 증거"라며 웃어넘기더니 이날 아침 식사자리에서는 기자들의 잇단 질문에 "또 무슨 기사를 쓰려고."라며 슬쩍 비켜 나갔다.
그러나 측근들의 대응은 사뭇 달랐다. 정창화(鄭昌和) 총무는 주요당직자회의서 "여권이 바라는 음모 공작에 부응하는 발언을 한 데 대해 우려한다"고 말했고, 김기배(金杞培) 총장도 "야당이 분열하는 모습을 보이면 국민에게 실망만 안겨준다"고 거들었다.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회의 브리핑을 통해 "이 총재가 3김식 지역주의에 기대 대권을 노린다는 발언은 어처구니가 없다", "여당의 정계개편 의도는 야당 죽이기의 일환인데 이를 당 내부 인사가 주장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고, 당론과도 배치된다"고 직설적으로 공격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과 이 부총재는 서로 상반되게 반응했다. 김 의원측이 "이제 행동만 남았다"며 한 걸음 더 나간 반면, 이 부총재는 "진의가 잘못 전달됐다"며 더 이상 파문이 커지는 것을 경계했다.
김 의원측은 "당을 위해 한 말인데 이렇게 몰아붙이는 건 사실상 나가라는 얘기"라며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이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탈당 가능성에 대해서는 "당을 만든 사람이 나갈 수 있느냐"고 잘랐지만, 이 총재와 계속 각을 세우겠다는 의지를 거듭 분명히 했다.
반면 이 부총재는 "남북문제가 강연의 주 테마였는데, 지역주의 문제만을 언급한 것처럼 보도돼 오해를 산 것 같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서로 다른 기류는 '대(對)이회창 전선'이 아직 형성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대목.
이 총재 주변에서 비주류 견제 방안으로 '분리대응'이 거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성욱기자
feelchoi@hk.co.kr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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