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분의 거취는 내가 말할 입장이 아니다. 당 대표나 총장에게 알아봐라"23일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건강보험 재정적자 대책을 거론하다 서재희(徐載憙)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의 거취 문제가 나오자 곧바로 입을 닫았다.
서 원장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동서이며 김홍일(金弘一) 의원의 이모부로 현재 73세. 다른 당직자들도 서 원장 얘기만 나오면 "(청와대쪽에서) 잘 알아서 하지 않겠느냐" "복지부에 알아 보겠다" 등의 말을 하며 화제를 돌린다.
물론 인사 문제를 함부로 거론해선 안 된다. 그러나 목소리를 높여 복지부장관 사퇴 주장을 했던 인사들까지 서 원장의 거취 문제에 대해서 침묵하는 것은 뭔가 어색하다.
더욱이 민주당은 이날 당4역회의가 끝난 뒤 "당이 전면에 나서 건강보험 재정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발표했다.
겉으로 말은 못하지만 민주당 분위기는 '서 원장 교체 불가피'쪽으로 흐르고 있다.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원장의 직급을 1급에서 차관급으로 격상해 심사평가원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으나 서 원장 거취 문제에 대한 논의는 더 이상 진전이 없었다.
민주당의 정책관계자는 "과잉진료와 부당청구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 0.7%에 불과한 보험지급 삭감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직원이 550여명에 이르는 심사평가원의 기능 강화가 시급하며 특히 원장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관계자도 "비리가 있는 것도 아니며 대통령 동서라고 무조건 문제 삼을 수는 없다"면서도 "좀 더 전문성을 갖고 의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주장이 복지부에서 제기된다"고 교체론에 무게를 실었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생각은 없다"면서도 누군가가 총대를 메주기를 바라고 있다.
김광덕 정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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