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의 작품 '폭풍우'. 동생에게 권력을 뺏겨 외딴 섬으로 쫓겨난 프로스페로는 예술을 이용해 캘리번이라는 그 섬의 야만인을 노예로 삼는다.캘리번은 후에 프로스페로에게 말한다. "네 덕분에 내가 너의 말을 배워서 네가 알아들을 수 있게 너에게 욕을 할 수 있게 된 거지."
'탈식민주의 저항에서 유희로'(한길사 발행)가 보는 탈식민주의 이론이 이렇다. 서구이론을 이용하여 서구인이 알아들을 수 있게 서양 식민주의와 제국주의 역사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이론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 이전에는 그런 주장이 없었던 것일까.
저자인 바트무어 길버트 런던대 교수의 문제의식은 이곳에서 출발한다.
에드워드 사이드, 가야트리 스피박, 호미 바바 등 서구에서 화려한 조명을 받고 있는 탈식민주의 이론을 비판적으로 고찰하고 있는 저자는 이 와중에서도 거세되고 있는 목소리, 즉 제 3세계 반식민지 민족주의의 위상을 복원한다.
이를 '탈식민주의 비평'이라고 부르면서 사이드 이후 대두된 '탈식민주의 이론'과 구분하는 저자는 탈식민주의 이론의 원천이 탈구조주의나 해체론이 아니라 제 3세계 반식민지 민족주의라고 주장한다.
서구 이론의 세례를 받은 탈식민주의 이론 밑에 잠재된 지적 식민성, 서구의 가치와 규범에 포섭된 의식구조 등을 추적하는 저자의 궁극적 의도는 탈식민주의 비평과 탈식민주의 이론의 화해다. 탈식민주의 이론이 봉착하는 여러 문제가 결국 탈식민주의 비평 전반에도 해당되기 때문이다.
탈식민주의 이론가 뿐 아니라 라캉, 푸코, 데리다, 들뢰즈 등의 이론가들을 제3세계적 시각에서 비판적으로 사유하는데 도움을 준다.
이경원 옮김. / 바트 무어-길버트 지음ㆍ한길사 발행
송용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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