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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영씨 타계 / 3夢정립 '리틀현대'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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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영씨 타계 / 3夢정립 '리틀현대' 시대

입력
2001.03.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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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영 전명예회장의 타계로 그가 이끌던 '빅 현대'시대는 막을 내리고, 자식들이 병립하는 '리틀 현대'시대가 도래했다.그러나 자동차, 중공업, 건설 등 3개 소그룹으로 분할이 진행되고 있는 '리틀 현대'들의 경영 성적표 편차가 극심해 '정주영 신화'를 이어가기는 힘든 형편이다.

정몽구 회장이 이끄는 현대 기아자동차는 지난해 8,000여 억원의 흑자를 기록한 여세를 몰아 세계 5대 자동차 메이커로 성장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수립해 놓고있다.

정몽헌 고문의 현대중공업도 조선경기 활성화 등으로 지난해 6조6,00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두 회사의 고민거리라면 대주주인 정몽구 회장과 정몽준 고문의 지분율이 낮아 경영권 방어가 만만치 않은 것 정도다.

반면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이 맡고있는 현대건설 계열은 엄청난 적자에 시달리면서 유동성위기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위기의 현대건설

현대건설은 정주영 전 명예회장의 피와 땀이 어린 '모기업'으로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을 배출했다.

정씨 일가들은 물론 현대에 몸담았던 임직원들이 아쉬워하는 것은 바로 이 대목이다. 현대자동차를 비롯, 현대중공업 등 현대계열사들의 많은 고위 임원들이 현대건설 출신이다. 더욱이 현대건설은 70년대 이후 중동진출 등을 통해 엄청난 외화를 벌어들이며 한국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하지만 지금 현대건설은 5조원이 넘는 부채에 시달리고 건설경기 불황으로 심각한 유동성위기를 겪고 있다.

정부까지 나서서 현대건설을 지원해야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 최근 회계법인의 실사 결과 영업적자, 유가증권매각손실, 자산매각손실 등으로 2조1,000억원에 달하는 자본금이 거의 잠식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윤규 현대건설사장은 이로 인해 퇴진압력에 시달리고있다.

현대건설 계열인 현대아산도 금강산 사업에 무리한 투자를 했다가 엄청난 손실을 입어 자본금 4,500억원이 거의 잠식된 상황이다. 또 금강산 유람선 사업을 담당하고있는 현대상선 역시 이 사업에서만 1,500억원의 적자를 보고있다.

▲ 자동차, 중공업도 지분불안

정몽구 회장이 순수하게 확보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지분은 4.07%에 불과하고 기아자동차 지분은 단 한 주도 없다.

대주주의 지분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정회장은 현대모비스(구 현대정공)와 인천제철 지분을 각각 8.59%와 7.16%씩 확보하고있다. 현대모비스와 인천제철이 현대차 지분을 각각 11.49%, 4.59%씩 확보, 우호지분을 합쳐도 20%수준에 불과하다.

정몽준 고문도 마찬가지다. 정고문이 개인 최대주주로 중공업지분을 10.34%를 확보하고있지만 정몽헌 회장이 지배하는 현대상선이 12.46%의 지분을 갖고있다. 따라서 아직도 완전한 계열분리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고 정몽헌 회장측에서 '딴 마음'을 먹으면 경영권 분쟁이 쉽게 일어날 수 있다.

▲ 전자와 금융계열은 완전분리

현대전자의 경우 이미 올해 상반기중 지분 해외매각 등을 통해 그룹에서 완전히 분리, 정씨 일가가 손을 떼고 전문경영인이 살림을 꾸려갈 계획이다.

하지만 최근 현대전자가 자구책의 일환으로 해외에서 10억달러 규모의 DR(주식예탁증서)을 발행키로해 계열분리일정이 늦춰질 가능성도 많다. 부실이 깊은 현대증권 등 금융계열은 미국계 금융회사인 AIG에 매각하기 위해 정부까지 나서서 협상을 벌이고있는 상황이다.

정 전명예회장 사망으로 구심점을 잃은 몽(夢)자 항렬 형제간의 유대도 상당히 엷어질 것으로 보여 화려했던 '현대 제국'의 영광은 갈수록 빛을 바랠것으로 보인다.

조재우기자

josus62@hk.co.kr

■王회장 재산

정주영 전 현대명예회장은 자신의 남은 재산을 대부분 현대건설에 넘겼다. 현대건설은 22일 "정 전 명예회장은 자신의 현대건설 지분 15.77%(5,062만주), 730여억원 어치를 현대건설에 무상으로 증여했다"며 "이 주식은 현대건설의 자사주로 편입됐다"고 밝혔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최근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 같은 논의가 진행됐고 가족들 모두 동의했다"며 "이 자리에서 곧바로 정 전 명예회장의 지분을 현대건설에 증여한다는 내용의 문서가 작성됐다"고 설명했다.

정 전명예회장의 재산은 현대건설지분 15.77%를 포함, 현대중공업주식 0.51%(38만주), 현대상선 0.28%(28만주) 등 유가증권이 900여원이며 빈소가 설치된 서울 청운동 자택과 가회동 자택 등을 포함하면 1,000억원에 육박한다. 이중 4분의 3을 차지하는 현대건설 주식을 증여함에 따라 남는 재산은 250억원 대에 불과하다.

남은 재산은 정 전 명예회장이 작성해 금고에 보관한 것으로 알려진 유언장 내용에 따라 집행되며 유언장에 재산에 관한 언급이 없을 경우 자녀들에게 고르게 상속된다. 하지만 청운동 자택의 경우 상속여부와 관련 없이 정전명예회장의 '기념관' 형태로 남게 될 것으로 보이며 유품 등이 전시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해 상반기 형제간 경영권다툼으로 '왕자의 난'이 일어났을 때만해도 유언장이 '옥쇄'처럼 여겨졌으나 이미 형제간 지분 구도가 완성된데다 정 전명예회장 재산이 대부분이 현대건설에 증여되면서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하고있다.

현대그룹측은 "유언장은 가족회의에 결과에 따라 공개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며 "장례절차가 끝난 이후나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우기자

josus6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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