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재판관중 가장 많은 소수 의견(108건)을 낸 것으로 알려진 이영모 재판관이 22일 정년 퇴임했다.이 재판관은 이날 퇴임사에서 "헌법의 해석이 국민의 상식에 어긋나서는 안 된다는 것을 언제나 마음속 깊이 새기고 다짐해왔다"며 "법논리가 아무리 정교해도 국민의 가슴에 와 닿지 않는 헌재 결정은 허공을 향한 외침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이 재판관은 이어 "헌법재판소가 헌법과 복지관계법에 따라 경제적 약자나 소외계층에 관심을 갖는 것이 옳은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헌재가 나갈 길을 완곡히 제시했다.
이 재판관은 퇴임의 변 그대로 재직 기간동안 서민과 약자편에 서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법철학은 지난해 4월 헌재가 과외 금지 규정을 위헌이라고 결정할 때 홀로 합헌주장을 굽히지 않았던 대목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이 재판관은 당시 "지금은 가진 자 스스로 자제하고 사회 경제적 약자의 외침에 귀 기울여야 할 시기"라며 "이번 결정은 가난한 학부모나 자녀들에게 허탈감과 좌절감을 갖게 할 것"이라고 동료 재판관들의 위헌 결정을 정면 비판하기도 했다.
과외가 교육을 사회적 불평등을 고착화하고 후대에까지 세습하는 수단으로 전락시키게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그는 또 1999년 12월 개발제한구역 지정제도 위헌이라는 다수 의견에 맞서 환경권 수호 차원에서 존속이 필요하다는 소수의견을 내놓았다.
이 재판관은 92년 공직자 재산공개 때 평소 즐겨 타던 빨간색 프라이드를 재산 목록에 신고해 눈길을 끌었고 지법 고법원장 재직시부터 국가 예산을 아낀다며 비서관을 두지 않고 청렴한 생활을 해온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진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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